
한국과 직접 관련이 없어도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중간선거는 단순 흥미를 넘어서는 관심거리다. 공화ㆍ민주 양당 사이에서 민심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 낙태ㆍ최저임금 등 미국 사회의 주요 흐름도 가늠할 수 있다. 한국인 관점에서 바라본 중간선거 3대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포인트1. 미 상원의 향방
상원 선거가 치러지는 36곳 중 접전이 벌어진 지역구는 13개다. 이 중 공화당이 현역인 곳은 3개, 민주당이 현역인 곳이 10개다. 중간선거 이전 공화당의 상원의석은 45석이었다. 때문에 공화당이 원래 지역구 3곳을 지키고 민주당에서 추가로 6곳을 빼앗으면, 상원 다수당이 된다.
2일 현재 경합지 13곳의 판세를 보면 판세는 공화당 전략대로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 지역 가운데 몬태나와 사우스다코타, 웨스트버지니아 주는 공화당 수중으로 완전히 넘어갔고, 알래스카와 아칸소도 공화당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오와와 콜로라도, 루이지애나 주는 접전 양상이고, 노스캐롤라이나와 뉴햄프셔 주만 민주당이 다소 우세한 형국이다.
공화당 소속 3곳 중 켄터키 주는 공화당 우세, 캔자스와 조지아 주는 접전으로 분류되고 있다. 공화당이 현재 우위를 보이는 지역에서 승리하면 50석이 되고, 그 이외 접전지역에서 한 곳이라도 승리하면 51석으로 과반을 차지해 승리하게 된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승패판정이 내년 1월로 넘어가거나, 캔자스에서 당선된 무소속 후보의 행보에 따라 민주당의 상원 수성이 가능할 수도 있다.
우선 승패판정 연기 가능성. 루이지애나와 조지아 주의 경우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 간에 결선 투표를 치르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메리 랜드류 상원의원과 공화당 빌 캐시디 하원의원이 맞붙은 루이지애나 주는 초박빙 대결 속에 양측이 이미 12월6일 결선투표를 준비하고 있다. 조지아 주도 무소속 아만드 스워포드가 5%포인트 가량의 표밭을 잠식하면서 민주, 공화 양당 후보 모두 50% 득표가 힘든 형국이다. 조지아 주의 결선 투표는 내년 1월6일이다.
이 두 지역을 빼고도 승패가 결정 나면 관계가 없지만,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오거나 민주당이 주요 접전지역에서 승리하면서 50대48이나 49대49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이 상원을 지켜낼 가능성도 있다.
특히 캔자스 주에서 무소속 그레그 오먼 후보가 공화당의 팻 로버츠 상원의원을 누르고 승리하면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오먼 후보는 민주당 성향이기 때문에 상원 의석이 49대 50이나 50대49 식으로 애매하게 나오면 민주당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알래스카와 루이지애나, 조지아 등 3곳은 선거 당일에 결과를 알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며 “따라서 선거 당일에 승패가 결정 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포인트2. 미국의 앞날을 보여주는 의견투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미국에서도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여론이 많았다. 그런데 2006년 중간선거에서 일부 주가 ‘동성결혼’ 합법화를 찬반 투표에 부치면서 미국 여론의 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올해도 최저임금 인상, 총기 규제, 마리화나(대마초) 흡입, 낙태 합법화 여부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한 찬반투표가 각 주마다 이뤄진다. 우선 알래스카, 아칸소, 일리노이, 네브래스카, 사우스다코타 주는 지역 내 최저임금을 인상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알래스카와 오리건, 플로리다 주와 수도 워싱턴DC는 마리화나를 어디까지 합법화할지 정한다.
워싱턴DC는 21세 이상 성인에게 2온스(56.7g)의 마리화나 소지·운반은 허용하되 판매는 불허하는 법안을 투표에 부쳤다. 플로리다 주는 마리화나를 의료용으로 합법화할지를 이번 투표로 정하기로 했고 알래스카, 오리건 주는 콜로라도나 워싱턴 주처럼 아예 소지 및 상업 목적의 판매까지 가능하게 할 것인지 묻는다.
일부 지역에서는 낙태나 임신중절 수술 제한 여부가 투표 항목에 포함돼 있다. 콜로라도 주의 유권자들은 태아를 ‘사람’이나 ‘인간’으로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주 형사법을 개정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또, 노스다코타 주는 모든 인간 성장 단계에서의 ‘양도할 수 없는 생명권’을 주 헌법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투표에 부쳤고, 테네시주는 강간 및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때나 산모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줄 때 낙태를 허용할지를 유권자 선택에 맡긴다.
총기 규제나 총기소지 권리 확대 여부에 대한 미국 사회의 큰 방향도 가늠할 수 있다. 워싱턴 주는 이와 관련, 완전히 다른 내용의 두 개정안을 놓고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하나는 개인 간 교환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총기 거래 때 전과 조회 등을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연방 법에 규정된 범위를 넘어서는 어떤 전과 조회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포인트3. 선거 이후 정국 흐름ㆍ한국계 후보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정책 변화도 관심사다. 그 이유는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 되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점유한 외교위, 군사위, 세출위, 금융위 등 ‘슈퍼 A급’ 상임위원회를 포함한 상임위원장 자리가 모두 교체되기 때문이다. 이는 미 의회 정책의 대 변화가능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임기가 2년 남은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에 따라 정국의 흐름과 한반도 정책이 크게 바뀔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와 각종 현안에서 극한대치 정국을 이어갈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대타협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건 한미 관계나 오바마 행정부나 의회의 대북 또는 한반도 정책 및 전략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한국과 인연 깊은 마이크 혼다(캘리포니아) 의원이 당선 안정권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계로서는 로이 조(뉴저지) 변호사가 공화당 후보로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한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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