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를 27년간 장기 집권해 온 블레즈 콩파오레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로 지난달 31일 쫓겨났다. 1987년 역시 쿠데타로 집권한 콩파오레 대통령의 사퇴는 그의 5선 연임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나흘째 이어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부르키나파소 대통령궁은 이날 성명을 통해 대통령 사퇴를 발표하며 “90일 내 자유롭고 투명한 선거를 치르자”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사퇴 발표 직후 네베레 오노레 트라오레 육군참모총장은 “헌법적 조치에 따라 권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가 수반의 책임을 맡기로 했다”면서 “정치적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모든 정당과 지체 없이 협의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군부와 정권을 장악한 것은 이삭 야코바 지다라는 49세 중령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르키나파소 군부는 1일 성명을 통해 만장일치로 지다 중령을 과도정부 지도자로 추대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군부는 “과도 정부의 구성과 유지 기간은 사회 각층과 의논을 거친 뒤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세한 내막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군부의 지다 중령 추대는 트라오네 총장을 포함한 고위 장교들이 작성ㆍ서명한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지다는 부르키나파소 최정예인 대통령 경호부대의 부사령관으로 군 내에서 소장파 장교의 신망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로코와 카메룬 등지에서 군사교육을 받았고 콩고에서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복무하기도 했다.
한편 콩파오레 연임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던 수도 와가두구는 시위 흔적을 치우고 상점이 다시 문을 여는 등 진정된 분위기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는 군의 정권 장악을 반대하며 민주ㆍ문민 과도정부가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