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31일 합의한 이른바 ‘세월호 3법’에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국민안전 보장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 범죄수익을 은닉하는 행위 근절을 위한 3가지 내용이 담겼다. 세월호특별법의 경우 기존에 여야가 합의한 틀에서 세부 내용들을 구체화했고,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했던 정부조직법의 경우 정부 원안의 골격을 유지한 가운데 야당의 요구가 일부 수용됐다.
세월호법, 실지조사 등 조사권 강화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특별법은 특별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하지 않았지만, 조사권한은 상당한 수준으로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조사위는 참사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되는 장소와 시설에 들어가 자료나 물건에 대해 ‘실지 조사’를 할 수 있고 자료 물건의 조사 요구에 대해서는 지체 없이 응하도록 했다. 다만 자료 제출 거부 사유는 형사소송법을 준용해 소명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야당과 유족 측이 청와대와 국가안보실에 대한 실지 조사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 논란이 예상된다.
또 특검보가 조사위에서 업무협조 활동을 하도록 해 보완 장치를 마련했으며 결정적 증인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게 했다. 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또 세월호 청문회에 증인 출석하지 않거나 허위증언 한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조사위는 기존 합의대로 상임위원 5명을 포함해 모두 17명으로 구성되며, 산하에 ▦진상규명 ▦안전사회 ▦지원 등 3개 소위원회를 둔다. 위원 추천은 여야가 각각 5명, 대법원장이 2명, 대한변호사협회장이 2명, 희생자가족대표회의에서 3명씩 맡는다. 실무협상 마지막까지 쟁점으로 남아있던 조사위원장은 희생자가족대표회의가 선출하는 상임위원이,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새누리당 추천 위원이 맡기로 했다. 위원회는 1년 내에 활동을 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1회에 한해 6개월 이내에서 활동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아울러 새정치연합은 유가족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5인 협의체를 둬서 특별검사 후보군 등을 선정하기로 했으며 새누리당은 사전에 유족과 상의해 유족 측이 반대하는 후보는 제외키로 했다.
해경에 해상 수사권은 남겨두고 소방안전세 신설
정부조직법의 경우 해양경찰청은 해체하되 정부 원안과 달리 해양 수사권은 남겨두고 야당이 요구한 독립성 보장 장치도 마련한 게 특징이다. 정부 원안의 ‘국가안전처’라는 명칭도 ‘국민안전처’로 변경됐다.
해경과 소방방재청은 각각 총리실 소속 국민안전처 산하에 해양경비안전본부와 중앙소방본부로 들어가며 야당의 주장을 일부 수용해 본부장을 차관급으로 하고 인사와 예산의 독자성을 유지토록 했다. 청와대에 재난안전비서관을 신설키로 한 것도 재난 관련 컨트롤 기능을 청와대에 둬야 한다는 야당 주장이 반영된 것이다. 중앙소방본부는 소방 구조 구급 등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소방안전세 도입을 통해 소방예산을 확보하고 지방직을 단계적으로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인력 충원을 추진키로 했다.
이른바 ‘유병언법’으로 알려진 ‘범죄수익 은닉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은 제3자에게도 추징판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해 재산이 자식 등에게 상속·증여된 경우에도 몰수 대상에 포함되도록 했다. 사망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재산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상속·증여돼 추징할 수 없게 된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 밖에 몰수·추징 판결 집행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과세 정보, 금융거래정보 등의 제공 요청, 압수, 수색, 검증영장의 도입 등 재산추적수단도 강화하기로 했다.
최종 합의까지 일부 진통을 겪기도
당초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여야가 이견을 상당부분 좁힌 것으로 알려져 무난한 협상 타결이 예상됐지만 여야의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난항을 겪었다. 야당이 이명박 정부 당시 자원외교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제안하고 이에 맞서 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협력을 역으로 제안해 “타결이 물 건너 가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여야가 이날을 처리 시한으로 못박은 만큼 비난 여론을 의식해 전격적으로 합의를 이끌어 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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