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전신 현대는 1996년 창단해 2007년 해체될 때까지 국내 프로야구의 ‘왕조’로 군림했다. 1998년과 2003년, 2004년 세 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1997년과 1999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명가였다.
모기업의 재정난으로 2007년 팀 해체를 선언하고 이듬해 이름을 바꿔 재창단한 넥센 역시 초창기 자금난으로 선수를 팔아 구단을 ‘연명’하는데 급급했다. 하지만 염경엽(45)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해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염 감독은 취임 첫해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넥센이 2008년 재창단 이후 첫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감격을 누렸다. 넥센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선발 헨리 소사(29)의 역투와 타선의 응집력을 앞세워 12-2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4일부터 7전4선승제로 정상에서 맞대결을 벌일 정규시즌 우승팀 삼성과는 현대 시절이던 2004년 이후 10년 만의 리턴매치다. 당시 한국시리즈는 전례 없는 무승부 두 번이 포함돼 9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현대가 4승2무3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승부도 넥센의 대포로 갈렸다. 넥센은 2-2로 맞선 5회초 2아웃 이후 박병호(28)와 강정호(27)의 연속안타로 기회를 잡은 뒤 김민성(26)의 좌중월 결승 3점 홈런이 터져 승기를 잡았다. 볼카운트 1-1에서 LG 선발 류제국(31)의 145㎞짜리 직구 실투를 놓치지 않고 받아 친 김민성의 승리였다. 김민성은 8회에도 3타점 2루타를 때리는 등 3타수 3안타 7타점을 쓸어 담아 포스트시즌 1경기 최다 타점 신기록을 작성했다. 종전 기록은 1982년 김유동(OB)과 2000년 퀸란(현대)의 6타점. 8회 쐐기 투런아치로 이틀 연속 홈런포를 쏘아 올린 강정호는 기자단 투표 59표 중 34표를 받아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강정호는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홈런 2개를 포함해 15타수 8안타로 타율 5할3푼3리, 4타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눈부신 건 소사의 역투였다. 1차전 등판 후 불과 4일 만에 다시 나선 소사는 최고 159㎞의 강속구를 뿌리며 LG 타선을 농락했다. 4회까지는 직구 하나만으로 승부할 만큼 3일만 쉰 투수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
LG는 믿었던 류제국이 5이닝 8안타 5실점으로 부진하 것이 뼈아팠다. 꼴찌에서 출발해 4강까지 오른 LG는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정규시즌 3위 NC를 3승1패로 꺾고 신바람을 냈지만 넥센의 벽에 막혀 기적의 레이스에 마침표를 찍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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