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제자들과 오는 9일 서울 공연...색소폰으로 내는 대금 소리 전매특허
그간 전국 돌며 만난 제자만 600명...재즈협회 법인화 서명운동에도 앞장
최광철(53)씨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매료시킨 색소폰 주자’로 통한다. 1993년 클린턴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 청와대에서 열렸던 만찬장에서 그가 사전 협의 없이 당차게 펼쳤던 즉흥 연주는 한국 측을 경악시켰고 미국 측을 매료시켰다. 소프라노 색소폰에서 갑자기 대금 소리가 나고 한국 전통의 선율이 흐르니 잔치판이 뒤집어졌던 것이다.
이후 서울에서 종적을 감추다시피 했던 그가 11월 9일 건재를 과시한다. 서울 양천구 목동 해누리타운 해누리홀에서 ‘색소폰 연가’라는 제목으로 재즈 공연을 한다. 겉보기에는 가요와 팝송의 나열 같지만 실은 올해 1월 발표한 같은 이름의 앨범 수록곡들이다. 그러나 주제 선율을 빼놓고는 모두 즉흥이다. 앙코르로 어떤 곡을 할지는 자신도 모른다. 클린턴의 넋을 빼놓았던 색소폰으로 내는 대금 소리, 즉 ‘꺾는 소리’도 이 자리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그 소리를 서울서 듣는 것이다.
이번에는 그때와 달리 특별 출연자들이 나온다. 전 시의원, 가정주부, 회계사 등 그의 색소폰 제자들이 함께 한다. 인천에 있는 ‘최광철 음악 연구소’가 그들의 거점이다.
최씨는 색소폰 하나로 일약 주목 받았고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했으며 장가까지 갔다. 대구, 부산, 인천으로 바뀐 그의 주거지가 모두 색소폰 및 재즈 활동과 관련된 것이다.
그 중 인천에서 비영리 재즈 동호회 ‘색소폰나라’와 맺어진 것은 필연이었다. 그는 동호회 운영자에게서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즉흥 선율을 하고 싶어 하지만 방법을 몰라 좌절하고 있다는 호소를 접했다. 전직 고위 공무원, 병원장, 교수 등 동호회 회원들의 못다 한 날갯짓을 돕기로 하고 그는 간결한 방식(5음계ㆍ펜타토닉)을 고안했다.
인천뿐 아니다. 3년 동안 1년에 다섯 달씩 전국을 돌며 모은 늦깎이 학생이 600명에 달했다. “50, 60대는 물론이고 주부, 부부 등 별의별 사람들이 오더군요.” 그는 이들을 모아 ‘최광철과 함께 하는 펜타톤 동호회’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그의 부인은 미국인 디미트라 게이츠(38)다. IQ 160의 철학도로 이화여대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대학 교편을 잡았고 한국, 보다 정확히는 그의 색소폰에 매료됐다. 남편의 공연이 있을 때면 굳은 일을 마다 않는 억척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2년 방한해 외국어대에서 강연한 것도 당시 교직원으로 근무 중이던 아내의 덕이라고, 묻지도 않은 말을 한다.
“문화예술위원회에 타 장르는 다 들어가 있는데 재즈는 빠졌잖아요. 산하기구로 재즈협회가 들어가야죠.” 최씨가 주축이 돼 펼치는 ‘재즈협회 법인화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은 그 염원의 상징이다. 클래식이 더 이상 기득권의 상징이 아닌 것처럼, 재즈 또한 클래식ㆍ국악의 뒷전 신세에 만족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논리다.
내년 초 그는 대중을 의식하지 않은 진짜 재즈 음반을 낼 계획이다. 2000년 대구 공연 실황을 담은 ‘최광철 재즈 라이브 2000’이다. “재킷에는 아내와 찍은 사진을 넣을 거예요.”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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