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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시장 얻으려 핵심기술도 이전...'모터 차이나' 1등 기업 질주

입력
2014.10.3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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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상하이 첫 진출 이후 승승장구하다 유가상승 한파

2004년 폭스바겐 차이나 설립, 中현실 맞춘 새모델 개발주력

작년 中서 영업익 13조2000억원, 9년 만에 판매량 1위 재등극

올 연말에 출시 예정인 폭스바겐의 전기자동차 e-골프가 중국 베이징의 고궁 박물관 주변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무료 셔틀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 차이나 제공
올 연말에 출시 예정인 폭스바겐의 전기자동차 e-골프가 중국 베이징의 고궁 박물관 주변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무료 셔틀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 차이나 제공

지난 7월 6일 중국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가 처음 찾은 곳은 수도 베이징이 아니었다. 그는 뜻밖에도 중국 서부 대개발의 중심지 쓰촨성 청두로 먼저 향했다. 청두는 독일의 ‘국민차’기업인 폭스바겐 공장이 있는 곳이었다.

폭스바겐은 올해로 중국진출 30주년을 맞았다. 개혁개방 초기에 중국에 진출한 폭스바겐은 독일과 중국 간 경제협력의 상징적 기업이기도 하다. 메르켈 총리와 동행한 폭스바겐의 마틴 빈터콘 회장은 이날 27억 유로(3조6,000억원)가 투입되는 산둥성 칭다오와 톈진 공장 신설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또 향후 청두의 자동차 공장 생산량을 60만대로 확대할 것임을 밝혔다. 메르켈 총리의 청두 방문은 중국정부가 추진 중인 서부대개발에 대한 독일의 강력한 지원의 의미인 동시에 ‘모터 차이나’의 1등 기업 폭스바겐의 대중국 사업 의지를 재천명하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9년 만에 1위 재등극

폭스바겐은 독일어로 ‘국민차’라는 뜻이지만 중국어로도 ‘다중(大衆: 대중)’으로 불린다. 중국 내 첫 번째 승용차 제조기업으로 지난 30년간 중국 브랜드보다 오히려 더 친숙한 이미지를 쌓아 왔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중국시장에서 판매 1위(327만대)에 올랐다. 1위 재등극은 무려 9년만이다. 폭스바겐은 잇따른 신차 출시를 통해 올해 판매대수를 350만대로 끌어올려 1위 자리를 수성한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올 상반기에만 누적판매 175만대(지난해 동기 대비 19% 상승)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 세계 폭스바겐 판매량의 38%에 해당하는 규모다. 중국시장 승용차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은 28.5%에 달한다.

요셈 하이즈만 폭스바겐그룹 차이나 사장(CEO)은 한국언론과는 처음으로 가진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폭스바겐의 중국시장 성공의 핵심 키워드를 ‘개척 정신’이라고 꼽았다. 폭스바겐은 ▦상하이자동차와 합작한 '상하이다중'과 ▦제일자동차와 합작한 '이치다중' 등 두 합자회사를 통해 GM을 협공하고 있다. 2004년 설립된 폭스바겐그룹 차이나는 이들 합자회사의 중국 사업을 하나로 관리하고 있다.

만 2년째 폭스바겐그룹 차이나 대표직을 맡고 있는 하이즈만 사장은 ‘개척 정신’을 먼저 기술 혁신 차원에서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시대는 늘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가져오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폭스바겐은 한발 앞서 중국 현실에 맞는 계획을 세운다”며 “폭스바겐은 이산화탄소 등 각종 배출가스를 줄이는 기술에서부터 정교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의 파워트레인 제작,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동력원의 자동차 개발에 이르기까지 중국시장을 위한 자동차 제조의 기술혁신을 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현재 중국 자동차 시장의 핵심 화두는 친환경 자동차이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의 심각한 대기오염은 감내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선 상태이다. 중국 정부는 친환경자동차 생산과 보급 확대에 '올인' 하면서 전기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최대 12만위안(2,073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정도다. 이 같은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올 들어 9월까지 중국의 친환경자동차는 3만8,163대가 팔렸는데, 이 중 전기자동차가 2만2,258대다. 특히 지난 여름 메르켈 총리의 중국 방문에서 중국에 건 낸 선물 보따리 가운데 중국 정부가 가장 반겼던 것은 전기차 개발 기술 협력 건이었다. 그러다 보니 중국시장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폭스바겐도 특유의‘개척 정신’을 발휘해 발 빠르게 전기자동차 생산과 판매에 대한 과감한 전략을 펼쳐 나가고 있다.

폭스바겐은 조만간 소형차부터 스포츠유틸리티(SUV)차량에 이르는 20종 이상의 근거리이동전기차(NEV: Neighborhood Electric Vehicle)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하이즈만 사장은 “이들 차량은 배출가스는 줄이면서도 강력한 토크는 그대로 유지해 순수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폭스바겐 전기차만의 특징을 지녔다”고 소개했다. 폭스바겐 차이나는 내달 전기자동차 'e-업!'을 시작으로 'e-골프'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 내년엔 계열브랜드인 아우디의 'A3 e-트론'과 '골프 GTE'도 내놓을 예정이다. 또 2016년에는 아우디 'A6 e-트론' 등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종 등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물론 이들 차종은 모두 중국에서 생산된다. 폭스바겐은 2018년까지 무려 182억유로(24조2,000억원)를 투자해 중국 현지 시장용 친환경자동차 개발에 나설 예정인데, 이는 중국 자동차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로 손꼽힌다.

사실 폭스바겐은 전기차 분야에서 아직 BMW의 기술력에 뒤진다. 하이브리드 분야에선 일본 도요타에 밀리는 형편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이들 메이커가 주춤하는 사이 발 빠른 움직임으로 친환경 자동차시장을 공략, 또 한번 중국의 ‘국민차’로 거듭난다는 것이 폭스바겐의 야심 찬 목표이다. 하이즈만 사장은 “폭스바겐은 중국에서 펼치고 있는 전기차 전략이 성공할 수 있도록 상하이와 창춘, 베이징 등에 있는 현지 R&D센터의 역량을 더 강화하고 중국 내 기술 훈련 시설에 대해 더 많은 투자에 나설 것”이라며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만들어 낼 ‘메이드 인 차이나’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을 시작으로‘e-혁명’의 혁신적 제품들을 통해 중국 전기차의 새 역사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핵심역량을 내준 ‘신의 한 수’

폭스바겐이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1985년 당시 GM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모두 중국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그저 뒷짐만 쥔 채 돌아서야 했다. 중국 정부가 자동차 기술이전을 전제조건으로 달았기 때문이었다. 글로벌 메이커들로서는 핵심 역량인 기술이전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달랐다. 폭스바겐은 자동차 기술이전을 해 주는 조건으로 세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중국 정부와 국영 기업의 관용차를 폭스바겐으로 해 달라는 것. 둘째 다른 외국 자동차 생산업체의 중국 내 투자를 제한해 달라는 것. 마지막으로 자동차 부품에 붙이는 관세를 낮추고 완성차를 수입할 땐 관세를 올려 달라는 것. 기술이전을 얻어 낸 중국 정부는 폭스바겐의 요구를 수용했고, 이를 통해 폭스바겐은 무주공산의 중국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폭스바겐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40%대를 웃돌았다.

하지만 태평성대는 오래가지는 못했다. 생산설비 과잉과 유가상승 등으로 중국 자동차 시장이 한파를 맞으면서 폭스바겐의 성장세는 제동이 걸렸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인데도 폭스바겐의 합자회사인 상하이다중과 이치다중은 방만함과 자만심으로 가격인하에 나서지 않았다. 특히 중국 자동차의 시장변화가 관용ㆍ비즈니스 차량에서 개인 승용차 시장으로 옮겨 가는 변화에도 무감각했다.

독일 폭스바겐 본사는 중국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 가는 합자회사들의 안일함을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었다. 이 같은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2004년 5월 폭스바겐그룹 차이나를 설립해 중국사업을 하나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베이징 올림픽 마케팅을 시작으로 10여 종의 새로운 개인용 승용차 모델들을 중국에 선보였다. 현지화된 승용차를 개발해 중국 소비자들의 만족도와 수요를 높인 결과 2006년엔 전년 대비 40%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올리며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꼭 맘에 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국 합작파트너를 끝까지 존중한 것도 성공요인이다. '꽌시(관계)'를 버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지금까지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 가운데 현지 기업들과 합작회사를 차려 가장 성공한 모델 케이스로 꼽힌다. 하이즈만 사장은 “최근 제일자동차와 합작 계약을 25년 더 연장할 것을 체결했고, 상하이자동차와는 신모델 차량을 테스트할 수 있는 성능시험장을 신장에 건설키로 합의하는 등 강력한 파트너십을 재확인했다”며 “폭스바겐은 이를 바탕으로 중국화된, 중국 시장만을 위한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친환경 기술 혁신에 온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이 지난 4월초 열린 베이징 오토 차이나 2014에서 신형 콘셉트카 NMC 중형 쿠페를 공개했다. 맨 오른쪽이 요셈 하이즈만 폭스바겐그룹 차이나 사장. 폭스바겐그룹 차이나 제공
폭스바겐이 지난 4월초 열린 베이징 오토 차이나 2014에서 신형 콘셉트카 NMC 중형 쿠페를 공개했다. 맨 오른쪽이 요셈 하이즈만 폭스바겐그룹 차이나 사장. 폭스바겐그룹 차이나 제공

브랜드의 힘

폭스바겐은 지난해 중국에서 무려 96억유로(13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폭스바겐그룹이 전 세계 시장에서 낸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없이는 폭스바겐도 없는 거나 다름없다. 올해 전체 판매목표인 1,000만대 돌파를 눈앞에 둔 폭스바겐은 중국시장(올해 350만대 판매)이 든든한 버팀목이다.

중국시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차량의 배기량은 1.5~1.6ℓ로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45%를 상회한다. 또 2.0ℓ배기량 차량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만큼 중국의 자동차소비는 실용적인 준중형 및 중형차량에 집중되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파사트와 제타, 보라, 사기타, 라비다 등 실용성 위주의 중소형세단 라인업의 판매가 130만대에 달했다. 이는 전체 판매의 40%를 차지할 정도다.

중국의 국민차를 모토로 한 폭스바겐 제품은 중국 현지 메이커 제품 수준의 저렴한 가격에다 독일 브랜드라는 만족감을 동시에 안겨 주며, 상대적으로 서민들에게도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를 준다. 하이즈만 사장은 “중국 소비자들은 로열티 면에서 보면 변화를 선호하며 역동성이 강해 소비자 75% 정도가 다음 차를 선택할 때 다른 브랜드를 선택하길 원한다. 그만큼 중국은 까다롭고 감성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해선 무엇보다 현지의 기호에 맞는 중국 전략형 모델을 개발해야 하고 디자인과 내구성 등에서도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시장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폭스바겐은 '멀티 모델' 전략을 펴고 있다. 하이즈만 사장은 지난해 63개였던 중국 내 판매 모델 수를 2018년까지 10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급성장하고 있는 3,4선 도시와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딜러숍도 현재 2,395개에서 3,600개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즈만 사장은 앞으로도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시장은 앞으로도 수년간 두 자릿수의 성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핵심 공략포인트는 차종별로는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이고, 지역별로는 중서부 지역이다. 중국 ‘국민차’의 신화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장학만 선임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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