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구 곁에서 애창곡 들으며 행복하게 세상과 작별하고 싶어"
6개월 선고받고 예고 동영상, 유튜브서 880만 조회 수 화제
외신들 "존엄사 확대 계기됐다" 일각선 "스스로 생명 포기 안 돼"
미국의 말기암 환자 브리트니 메이나드(29)는 최근 유튜브에 띄운 동영상으로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여명 6개월 선고를 받은 그는 11월 1일 남편 곁에서 약물을 먹고 스스로 죽는 ‘존엄사’를 실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메이나드는 예고한 죽음을 사흘 앞두고 CNN과 인터뷰를 했다. “나는 현재 충분히 기분이 좋은데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살고 있다. 지금은 (존엄사를 시행할)적기가 아니지만 매일 더해지는 고통의 크기를 봤을 때 그날을 곧 맞이할 것 같다.” 예고했던 날짜는 연기했지만 여전히 그는 ‘존엄사’를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뇌종양 말기인 메이나드가 고통스러운 연명 치료 대신 담담히 죽는 쪽을 택한 건 지난 달 초. 메이나드의 죽음은 남편과 부모 그리고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을 먹고 자택 침대에서 이뤄질 예정이었다. 그녀는 평소 자신이 좋아하던 노래를 틀어놓은 상태로 행복하게 세상과 작별하는 게 바람이라고 했다.
메이나드는 지난달 14일 존엄사 인정 확대를 주장하는 ‘연민과 선택’이라는 단체의 도움으로 자신의 심경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당시 영상에서 메이나드는 “한 달 여간의 조사 끝에 나와 우리 가족은 가슴 찢어지는 결정을 내렸다”며 “나를 살릴 치료제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내게 남아있는 시간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지도 않다”라고 존엄사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2012년 결혼한 메이나드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았다. 외신에 따르면 메이나드의 고통을 곁에서 지켜봐 온 남편과 가족들은 한 동안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지만 결국 그녀의 선택을 존중했다. 메이나드의 남편은 그녀의 편안한 죽음을 위해 캘리포니아주에서 존엄사가 법적으로 인정되는 오리건주로 이사하는 데 동의했다. 메이나드의 어머니 데비 지글러도 “내가 그녀에게 어떻게 살지를 얘기할 권리가 없는 것처럼 그녀가 어떻게 죽을지에 대해 말 할 권리가 없다”라며 그녀의 선택을 지지했다.
메이나드의 결정은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는 존엄사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전세계에 환기 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존엄사는 의료진이 환자와 가족의 동의 아래 약물을 주입해 생을 마감케 하는 안락사와는 다르다. 6개월 미만의 시한부 환자가 의료진의 진료를 거친 후 처방된 약물을 스스로 먹거나 주입해 죽는 방식이다.
메이나드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으로 그는 존엄사 확대 운동의 대변인이 됐다고 외신들은 평가한다. ‘연민과 선택’은 최근 880만 조회수를 얻은 메이나드 영상에 대해 “캘리포니아와 미국의 다른 주에서 존엄사를 검토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존엄사는 생명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라며 확대 금지를 주장한다. 미국의 유명 교회 중 하나인 갈보리채플의 데이브 왓슨은 “나는 그녀의 결정이 매우 고통스러웠을 것을 안다”라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 죽을 권리를 논할 수는 없다”고 CNN에 말했다.
미국에서는 1994년 오리건주를 포함해 버몬트, 몬타나, 워싱턴, 뉴멕시코주 등 다섯 곳이 존엄사법을 제정했다. 오리건주에서는 지금까지 1,170명이 존엄사를 신청해 승인 받았고 이 가운데 절반 정도가 실행에 옮겼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유럽에서도 존엄사 관련 법이 제정돼 있거나 이를 묵인하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
메이나드는 현재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존엄사를 결정한 후 두 번의 발작을 겪었고 남편의 이름조차 부를 수 없는 때도 있었다. 지난달 25일 죽기 전 해 보고 싶다고 작성한 목록의 마지막에 있던 그랜드캐니언 여행을 마친 뒤에도 발작과 두통 등으로 한 동안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메이나드는 CNN 인터뷰에서 “내 목표는 존엄사 관련 정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서 “모든 미국인들이 이와 같은 건강권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 되고 싶다”라고 거듭 ‘죽음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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