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침략 전쟁 상징하는 노래...'비정상회담'서 두 번이나 틀어
사과문 내고 책임 PD 경질에도 "역사 의식 부재" 여론은 냉담
JTBC ‘비정상회담’에서 흘러나온 기미가요에 대해 제작진은 별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각국 대표들(?)이 나오니 그들의 국가를 배경음악으로 하는 것이 무에 문제될 것인가 했을 것이다. ‘비정상회담’은 1회에서도 기미가요가 흘러나온 적이 있다. 그 때나 이번이나 제작진이 별다른 의식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 등에서 일본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일본국가를 틀어주는 것에 대해 이렇다 할 문제 제기가 없는 것과도 관계 있다. 그래서 ‘비정상회담’의 기미가요가 논란이 됐을 때 일부에서는 국제 스포츠 행사를 예로 들며 뭐가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SBS 러브FM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전화로 연결된 노동은 중앙대 교수는 기미가요가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민족성을 말살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양심 있는 일본인들은 기미가요의 내용에 문제가 많다고 해서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스포츠 행사에서 일본국가를 트는 건 괜찮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비정상회담’ 같은 프로그램에서 “침략 전쟁의 상징인 이 노래를 트는 건 그 의미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기미가요가 일본국가로 지정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제국주의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본래는 일본 고대 문집에 나오는 단가가 그 가사인데 이것을 1880년 국가로 취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일본이 동아시아ㆍ태평양 일대의 침략하면서 기미가요를 상징적으로 사용했다. 그래서 기미가요는 1945년 일본이 패망하자 금지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은 1999년 기미가요를 슬그머니 국가로 공식화했다. 기미가요를 국가로 한 것은, 기미가요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일본인들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일본에서는 기미가요의 국가 지정을 놓고 아직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의 방송이 이런 기미가요를 일본을 상징하는 배경음악으로 깐다는 것은 그래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비정상회담’에서 기미가요가 나왔다는 사실이 일본은 물론 중국에서까지 기사화한 것은 그래서이다.
결국 ‘비정상회담’은 사과문을 냈고 책임PD 겸 연출자는 경질됐다.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이 이제껏 만들어온 좋은 이미지도 이번 사건으로 곤두박질쳤다. 몇 초의 실수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불러온 파장은 컸다. 그것은 ‘비정상회담’이 연출해온, 국가를 뛰어넘는 호혜의 분위기를 이번 일이 얼어붙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과거문제 때문에 중국 대표 장위안과 일본 대표 타쿠야가 자주 부딪쳤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이내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 실제로 ‘정상’들보다 낫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화해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을 때나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비정상회담’이 기미가요를 튼 것은 화해에 대한 섣부른 자신감을 드러낸 것처럼 보인다. 공존을 모색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과거를 잊는 건 잘못이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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