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동부 트리플 타워 위력
챔피언 결정전 3회 우승에 빛나는 원주 동부의 최대 강점은 높이다. 장신 세 명이 함께 뛰는 코트는 워낙 견고해 ‘동부산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최근 두 시즌 동안 동부산성은 허물어졌고, 6강 문턱도 넘지 못했다.
김영만(42) 신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동부는 무너진 산성을 재건하기 위해 독기를 품었다. 올 시즌 팀 슬로건 또한 ‘동부산성 리턴즈(Returns)’를 내걸었다. 지난 시즌을 최하위로 마치자마자 곧바로 훈련에 돌입하는 등 빡빡한 비시즌 일정을 짰다.
선수 구성도 알차게 이뤄졌다. 2011~12 시즌 최우수선수(MVP) 윤호영이 군 복무를 마치고 합류했고, 외국인선수 역시 국내무대 경험이 있는 데이비드 사이먼(204㎝)과 앤서니 리처드슨(201㎝)을 각각 선발했다. 팀 간판 김주성(205㎝)은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 관계로 손발을 맞추지 못했지만 2010년부터 코치를 지냈던 김영만 감독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 쉽게 적응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1라운드 종반을 향해가는 2014~15 시즌. 출발은 2승3패로 불안했지만 어느덧 3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동부는 지난 30일 인천 전자랜드를 73-63으로 꺾고 2013년 10월16일 창원 LG전 이후 379일 만에 3연승을 달렸다.
동부의 자랑 김주성-윤호영-사이먼의 ‘트리플 타워’가 위력을 떨쳤다. 윤호영이 중심에서 골밑과 외곽을 넘나들며 상대의 패스 흐름을 차단했고, 김주성과 사이먼은 골밑을 굳건히 지켰다.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트리플 타워 벽에 막힌 전자랜드는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이들은 공격 시에도 교대로 큰 키를 활용해 득점을 만들어냈다.
1라운드 8경기를 치른 현재 동부는 경기당 평균 64점을 내주는 ‘짠물 수비’를 펼치고 있다. 10개 팀 가운데 가장 적은 실점이다. 이는 동부가 프로농구 역대 최고 승률(0.815ㆍ44승10패)로 우승했던 2011~12 시즌 팀 컬러와 비슷하다. 당시 동부는 시즌 평균 실점 67.9점으로 프로농구 최초 60점대 실점을 기록했다.
김 감독은 “경기를 치를수록 전력이 나아지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하면서도 “하지만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의 호흡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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