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너머R 글ㆍ김진화 그림
너머학교ㆍ208쪽ㆍ1만5,000원
반드시 읽어야 할, 그러나 아무도 읽지 않는 게 고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멀고 어렵게 느낀다는 얘긴데, 누군가 다리를 놓아준다면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겠다.
‘감히 알려고 하라’는 징검다리 같은 책이다. 학문과 생활 공동체 수유너머R에서 진행한 ‘10대를 위한 고전 읽기 강좌-시대를 넘어온 물음’의 결실을 묶었다. 성서의 욥기, 칸트의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동양 고전 ‘대학’, 세네카의 ‘인생이 왜 짧은가’를 읽으며 참된 앎과 인간다움을 생각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제목은 칸트의 글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책을 구성하는 글 다섯 꼭지를 관통하는 정신이기도 하다. 칸트에게 계몽은 지성이 아니라 용기의 문제였다. 그는 감히 따져 묻는 용기, 나아가 나를 넘어설 수 있는 자유, 그리하여 너에게 공감하고 연대하는 인간에게서 인류의 진보를 보았다.
욥기를 읽으며 고통을 마주하는 올바른 자세를 생각하고 ‘자기만의 방’에서 지적인 자유와 물질적 조건의 관계를 성찰한다. 세네카가 남긴 “자기는 자신의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나침반 삼아 ‘진짜 나’ ‘더 나은 나’가 되는 길을 찾고 ‘대학’의 핵심 구절인 ‘격물치지’에서 공부의 참된 자세와 방법을 읽어낸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책이지만 어른이 봐도 좋을 책이다. 알기 쉽게 쓰면서도 깊이가 있고, 짧은 글이지만 내용이 촘촘하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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