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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부채에 의존한 성장은 위험하다

입력
2014.10.3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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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프 미안ㆍ아미르 수피 지음 | 박기영 옮김

열린책들ㆍ320쪽ㆍ1만5,000원

올해 국회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 10월 27일, 최경환 부총리는 야당 의원들이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대책을 묻자 “현재 가계부채는 감내할 만한 수준이며 시스템 위기로 갈 가능성은 낮다”고 답했다. 경각심을 갖고 관리하겠다고는 했지만, 가계부채의 주범인 주택 담보 대출 등을 규제할 뜻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담보인정비율(LTV)과 소득대비부채비율(DTI)를 확대하는 등 반대로 가고 있다. 그래도 괜찮을까.

아티프 미안 프린스턴대 교수와 아미르 수피 시카고대 교수가 함께 쓴 ‘빚으로 지은 집’은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두 사람은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화제작 ‘21세기 자본’의 토마 피케티 등과 더불어 최근 국제통화기금이 꼽은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45세 이하 경제학자 25인’에 선정됐다.

책은 과다한 가계부채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광범위한 통계분석을 바탕으로 빚의 무서운 파괴력을 짚고 정책적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가계부채의 급증이 소비 지출의 감소를 가져오고 불황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추적한 내용은 한국 경제에 던지는 묵시록처럼 보인다.

결론은 ‘가계부채에 의존한 성장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가계부채는 경제 불황의 근본 원인이며, 빚을 진 가계뿐 아니라 경제 시스템을 돌고 돌아 결국 모두에게 손실을 입힌다고 지적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적게 가진 사람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경제 불평등이 악화한다고 설명한다.

가계부채로 인한 악순환을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저자들은 가계부채를 직접적으로 줄여주는 것 말고는 해결책이 없다고 말한다. 기존의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고, 가계부채를 줄여 소비를 늘려야 경제가 산다는 것이다. 무리하게 대출 받아 집 산 사람의 빚까지 왜 내 세금으로 해결해줘야 하느냐는 반발을 살 만한 이 소리는 면죄부를 주자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경제 전체에 이득이 될 방향으로 위기를 탈출하고 재발을 막을 방안을 찾아보자는 얘기다. 구체적으로는 ‘책임 분담 모기지’라는 새로운 대출 방식을 제안한다. 손실과 이익을 채권자와 채무자가 공유하는 게 이 방식의 핵심이다. 채무 계약에 주식 성격을 가미해서 집값이 떨어지면 채무 부담을 줄여주고, 집값이 오르면 이득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이 책의 분석은 대부분 미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한국 경제가 흘려 들을 소리가 결코 아니다.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는 1,242조원, 증가율은 6%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이고 OECD 주요 국가에 비해 4, 5배나 높다. 정부가 LTV, DTI 규제를 완화한 후 올해 8~9월 두 달 간 가계대출은 11조원 증가했고 이 가운데 8조3,000억원이 주택 담보 대출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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