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자 글ㆍ최미란 그림
한겨레아이들ㆍ64쪽ㆍ1만2,000원
또랑광대 김명자의 동명 창작판소리를 텍스트 삼아 그림책을 만들었다. 요절복통 배꼽 빠지게 재미난 이야기에 걸맞게 그림 또한 익살맞기 짝이 없어 웃음보가 터진다.
오직 김치냉장고를 탈 욕심에 전국 여자 천하장사 씨름대회에 나가는 주인공은 동네 슈퍼마켓 아줌마다. ‘싸움도 슈퍼, 수다도 슈퍼, 욕도 슈퍼, 인심도 슈퍼, 브라자 빤스 사이즈도 슈퍼, 힘은 더욱 슈퍼’에다 ‘밤일도 슈퍼’라 생기는 대로 낳았더니 사남매의 엄마다. 먹성 좋은 아이들 때문에 사시사철 김장을 하는 고단한 슈퍼댁, 옆집 아줌마가 김치냉장고 샀다고 자랑하자 약이 올라 씨름대회에 나가는데….
등장인물은 전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웃들이다. 별난 이야기도 아니지만 푸근하고 구수하다. 보통 사람들 이야기를 그린 ‘우리 이웃 그림책’ 첫 권이다. 제 2권 ‘천하태평 금금이의 치매 엄마 간병기’(김혜원 글ㆍ이영경 그림)와 나란히 선보였다. 기획자, 작가, 편집자, 화가, 디자이너가 4년 간 기획하고 편집해서 내놓은 시리즈라고 한다.
‘천하태평 금금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판소리 사설조로 글을 썼다. 판소리 장단과 맛을 살린 글이 쫀득쫀득 찰지다. 먹고 놀고 싸는 것밖에 못하던 늦된 아이 금금이가 쪼글할매인 엄마가 날로 쇠약해지고 치매에 걸리자 어설픈 솜씨나마 엄마를 돌보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글과 그림 모두 담담하면서도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그림책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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