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고문을 통해 ‘커밍아웃(동성애자임을 스스로 공개함)’한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에게 실리콘밸리 유력 인사들이 ‘진정한 리더십을 보였다’며 그의 용기를 칭찬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기고문에서 “나 스스로 운동권 활동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가 다른 이들의 희생으로부터 얼마나 혜택을 입었는지는 깨닫고 있다”고 한 구절을 인상적으로 꼽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사티아 나델라는 트위터로 이 구절을 인용, “인생에서 가장 끈질기게 제기되는 긴박한 질문은 ‘당신은 다른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겸 CEO 마크 저커버그는 “진정한 용기와 리더가 무엇인지 보여줘 감사하다”고 했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선임 부사장은 “쿡의 커밍아웃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링크트인 CEO인 제프 와이너는 “리더십이 공유된 목표를 달성하도록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능력이라면, 팀 쿡은 오늘 리더십의 화신이었다”고 극찬했다.
애플 내부에서도 “내가 당신 밑에서 일하고, 당신의 친구라는 점이 자랑스럽다”(애플 전세계 마케팅담당 선임부사장 필 실러), “이사회와 회사를 대표해 쿡이 애플을 이끄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애플 이사회 의장 아트 레빈슨)는 극찬이 이어졌다.
팀 쿡이 커밍아웃을 한 건 샌프란시스코 및 실리콘밸리 등 그 주변 지역(베이지역)에서 동성애에 개방적인 정서가 자리잡은 영향이 크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레즈비언ㆍ게이ㆍ양성애자ㆍ성전환자(LGBT) 등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적은데다 LGBT 차별 금지 법규가 잇따라 통과돼 ‘세계 게이들의 수도’라고 불린다. ‘베이지역 리포터’ 등 LGBT를 위한 여러 신문ㆍ잡지가 발행되고, LGBT 커뮤니티 센터, LGBT 상공업인 모임, LGBT 창업가 조직, 레즈비언 전문직 여성 모임이 있을 정도로 개방적이다.
샌프란시스코에 동성애자가 몰려든 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다. 당시 일본 등 아시아에 근무하던 군인들이 샌프란시스코 군항(軍港)을 통해 고국으로 들어왔는데, 그 중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겨 왔던 전역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경우 억압과 폭력에 시달릴 것을 우려해 눌러앉기 시작했다. 또, 샌프란시스코와 인근 버클리는 1960년대 반전 평화 운동의 중심지로 차별이 적어 사회적 소수자들이 단결해 목소리를 냈다. 동성애자 인권 조례 통과에 주도적 역할을 한 하비 밀크 시의원과 조지 모스코니 시장이 1978년 11월 암살당해 ‘세계 게이의 수도’라는 평판은 더욱 굳어졌다.
실리콘밸리도 동성애자 친화적이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 임직원들은 매년 6월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열리는 ‘게이 프라이드 행진’에 참가한다. 구글의 비밀 프로젝트 부문 ‘구글엑스’ 담당 부사장이었던 메건 스미스 백악관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정보기술(IT) 칼럼니스트로 명성을 날리다가 최근 IT 전문매체 ‘리코드(Re/code)’ 창간 멤버가 된 카라 스위셔 기자는 레즈비언 부부 사이였다.
이처럼 베이지역에 LGBT가 흔해 쿡이 게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오래돼 실리콘밸리에서는 별다른 화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동성애자 패션ㆍ문화 잡지인 ‘아웃(out.com)’이 선정한 ‘사회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동성애자 파워 50’에서 2011년부터 3년 연속 1위에 올랐고, 올해도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쿡도 이를 숨기지 않았지만, 이번 공표로 차별 당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준 점이 높이 평가된 것이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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