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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이 강추했는데… ETF, 한국선 왜 외면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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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이 강추했는데… ETF, 한국선 왜 외면받나

입력
2014.10.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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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2조원 규모 이탈, 세계시장 고속 성장과 대조

박스권 코스피·단기 투자 선호, 불리한 세제도 부진 이유

올 들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다.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내면서 2조원 가량이 이탈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자신이 없으면 ETF에 투자하라”고 적극 권유하고, 세계 ETF 시장이 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규모는 지난해 19조4,217억원에서 올해 9월 기준 17조5,634억원으로 약 10% 줄었다. 반면 세계 ETF 시장은 작년 2조4,012억달러에서 올해 6월 2조6,316억달러까지 덩치를 키웠다. ETF 시장 규모가 줄어든 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ETF는 시장지수를 따라 움직여 주식시장을 잘 모르는 개인투자자도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또 종가를 기준으로 거래하는 일반 주식형 펀드와 달리 장이 열려있는 시간이면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상품을 환매수수료 없이 사고 팔 수 있다. 운용보수가 낮아 장기보유할 경우 투자수익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버핏이 투자를 권유하는 이유다.

워렌 버핏.
워렌 버핏.

국내 ETF 시장만 유독 부진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배경을 꼽는다. 우선 장기간 박스권에 갇혀있는 코스피의 한계다. 국내 ETF시장은 코스피200, 코스피200 레버리지, 코스피 인버스 같은 이른바 ‘코스피200 시리즈’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코스피지수 움직임에 매우 민감하다. 그런데 코스피가 한동안 1,900~2,100 사이를 벗어나지 못하자 투자자들이 투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이정환 삼성자산운용 ETF 운용팀장은 “최근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ETF 시장 거래대금이 현격하게 줄었다”며 “코스피200에만 기대지 않도록 다양한 상품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기 수익에 집착하는 투자문화도 문제다. ETF는 안정적인 장기 투자에 어울리는 상품인데 반짝 수익만을 노리는 투자자가 상당수다. 이 경우 각각 상승장과 하락장에서 큰 수익을 내는 레버리지ㆍ인버스 ETF의 수요가 증가한다. 실제 올해 ETF 전체 하루 평균 거래대금에서 이 두 가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2.5%로, 10%대인 미국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 만큼 투자자들이 ETF에 단기 투자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운용본부장은 “단기 전망에 근거한 투자는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우고 ETF 시장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세금 제도도 해외 지수를 따르는 ETF 거래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 상장된 해외 ETF의 경우, 매도할 때마다 부과되는 배당소득세 15.4%가 종합소득과세로 책정돼 부담이 크다. 반면 해외에 상장된 ETF를 직거래 할 경우, 첫 거래에서 22%의 양도소득세(분리과세)만 내면 이후 거래부터는 전혀 돈이 들지 않아 부담 없이 사고 팔 수 있다. 게다가 연 250만원의 공제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올 상반기 국내 투자자의 해외 직접 투자 규모는 35억2,0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5%나 증가했다. 김원대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은 “국내 ETF 시장을 키우기 위해 장기적으론 꼭 개선돼야 하는 문제”라며 “당국에 지속적으로 세제 개편을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TF란

코스피200 등 특정 지수의 수익률을 추적하도록 설계된 인덱스 펀드이면서 동시에 일반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금융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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