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대수술 논의 번질 가능성… 여야 "헌재 결정 존중" 입장 속
"의석 수 주나" 농촌의원들 패닉 "소선거구제로 지역주의 등 폐단"
30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정치권에는 선거구 조정이라는 핵폭탄이 투하된 모양새다. 선거구 통폐합이 예상되는 농촌지역의 의원들은 거의 패닉에 빠졌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2016년 총선 기상도도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치권에선 헌재 결정을 계기로 중대선거구제나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등 보다 포괄적인 선거법 개정 논의가 거론되고 있어 선거구 조정 문제는 개헌 논란을 잠재우는 블랙홀이 되는 양상이다.
여야, 현재 판결 존중 속 온도차
여야는 이날 헌재 결정에 대해 원론적 수준에서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선거구 재획정이 불가피한 만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주재로 각각 긴급회의를 열어 후속 대책을 논의하는 등 득실계산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대도시의 인구밀집 현상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지역 대표성의 의미가 축소되는 부분에 대해선 모두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도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지만 “다만 인구비례에 따른 표의 등가성뿐만 아니라 농어촌의 지역 대표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표의 등가성 문제를 강조한 헌재 결정으로 지역 대표성이 축소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여야 간 미묘한 온도차도 드러났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결정으로 대대적 선거구 개편과 국회의원 선거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국회 정치개혁특위 구성과 선거구획정위의 조기 가동을 제안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도 “국회의원 지역구 획정을 전면적 재논의해야 한다”고 정개특위 구성을 촉구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정개특위 구성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선거구 재획정은) 예민하고 어려운 일”이라면서 급격한 제도 변화에 따른 우려했다. 야당의 포괄적인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도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전반적인 선거제도 개편으로 확장 가능성도
지역 대표성의 경우 농어촌 지역의원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선거구 획정 논의 과정에서 통폐합이 불가피한 비수도권과 농어촌 지역 의원들의 집단적 반발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이윤석(전남 무안ㆍ신안) 의원은 “헌재 결정에 따를 경우 국회의원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서 당선되고 농어촌은 여전히 사각지대가 될 것”이라며 “호남 의원들과 함께 차근차근 논의해 볼 것”이라고 했다.
인구편차 2대1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지역 과소 대표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어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증원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과소 선거구인 농어촌 지역구를 살리면서 2대1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바닥인 상황에서 증원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현행 소선거구제도에 대한 개혁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 지역구에서 1위 후보만 당선되는 승자독식 체제이다 보니 영ㆍ호남을 기반한 새누리당ㆍ새정치연합 양당 체제와 지역주의를 강화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선거구 재획정 논의뿐 아니라 선거제도 전반에 대한 개편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올해 제헌절 기념식에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을 강조하면서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이 제기되고 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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