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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가는 핼러윈은 그만...세계 귀신들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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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가는 핼러윈은 그만...세계 귀신들 모였다

입력
2014.10.30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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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외국인 교환학생 20여명 각 나라 전통 귀신으로 분장

액땜 문화 등 옛 이야기 귀 기울여..."술마시는 날 아닌 문화 교류의 날"

30일 서울 성균관대 명륜당에서 열린 '세계 학생 핼러윈 문화교류'에서 하이클럽 학생들과 외국인 유학생 등이 저승사자, 좀비 등 각국의 대표 귀신으로 분장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30일 서울 성균관대 명륜당에서 열린 '세계 학생 핼러윈 문화교류'에서 하이클럽 학생들과 외국인 유학생 등이 저승사자, 좀비 등 각국의 대표 귀신으로 분장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할로윈데이 하루 전인 30일 서울 성균관대 명륜당 앞에서 외국인 교환학생들의 한국문화 적응을 돕는 성대 ‘하이(HIㆍHelp & Info) 클럽’ 재학생들과 교환학생 등 20여명이 ‘세계 학생 할로윈 문화 교류’ 행사를 열었다.

우리나라 대표 귀신인 도깨비, 저승사자와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강시, 좀비, 미이라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외국 귀신들이 개성있는 복장으로 등장했다. 특히 조선시대 성균관을 졸업하고도 20년째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다는 유생 귀신과 그 유생을 사모했지만 사랑을 이루지 못한 처녀 귀신 등 옛 문헌을 근거로 한 성균관대의 특별한 귀신도 선보였다. 마이클 잭슨의 대표곡 스릴러(Thriller)에 맞춰 코믹한 공포 분위기의 뮤직 비디오도 제작했다. 스릴러의 기본 안무는 독일 유학생 에바 슈루프(22)씨가 맡았다.

분장 퍼포먼스 뿐 아니라 귀신과 유령을 매개로 다른 나라와의 활발한 문화 정보 교류도 이어졌다. 하이클럽 회장인 김수연(21)씨가 “대한민국의 도깨비는 무섭기만 한 게 아니라 나쁜 이를 벌하고, 착한 이에게 복을 주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의 존재”라며 “못된 이들을 골탕 먹일 뿐 목숨을 빼앗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행사 후에는 귀신을 쫓아내고 액땜을 한다는 의미의 팥죽을 나눠 먹으면서 마늘과 찹쌀, 십자가, 부적 등 각 나라의 액땜 문화에 대한 의견도 공유했다.

이번 행사는 전국 대학생 연합 동아리에서 주관하는 ‘할로윈 파티’ 정도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행사 일정 역시 귀신 복장을 하고 강남의 한 클럽에서 술 마시고 춤을 추며 노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하이클럽 회원들이 “우리나라 문화와 연관성이 적은 행사이고 일부 기업들의 상품 마케팅에 대학생들이 동조할 필요가 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해 ‘문화 정보 교류’로 프로그램을 변경했다.

네덜란드 유학생 아르준 마하비에(21)씨는 “어렸을 때 고향에서는 호박 옷을 입고 이웃들에게 인사를 하며 사탕을 받곤 했는데, 한국의 할로윈데이는 클럽만 성황이어서 의아했다”고 말했다.

하이클럽 학생들은 행사를 준비하면서 전통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이지현(19)씨는 “머리에 쓰면 내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안 보이는 ‘도깨비 감투’ 이야기를 처음 알았다”며 “각 나라의 귀신과 유령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고 왜 생겨나게 됐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각 나라의 문화와 국민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밸런타인데이 등 상업성만 부각된 부문별한 ‘○○데이’에 대해 실질적인 정보를 교류하는 문화가 확산되도록 할 생각이다. 행사 기획자인 정소현(20)씨는 “취지도 망각한 채 무작정 놀고 소비하는 외래 문화를 추종하는 세태는 버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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