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발 환적화물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해상수출물동량은 2012년에는 전년대비 0.6% 증가했으나 2013년에는 0.3% 감소한 4억100만톤에 그쳤다. 지속적 수출량 둔화와 감소 원인은 우리나라 생산기지가 동남아 등 해외로 이전한 이유도 있지만 한편에는 우리의 주력산업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6대 주력산업 중 반도체와 자동차가 앞서가고는 있지만 이미 석유화학 제철 조선 휴대폰 등 기존 주력산업이 중국에 거의 발목이 잡힌 상태다. 수출량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 물류산업이다. 국가 수출규모가 증가하더라도 외국 생산거점이 국내로 되돌아오지 않는 한 국내 물류산업의 발전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물류산업은 새로운 돌파구를 위한 전략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물량감소에 따른 우려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2012년 미국의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는 “3D프린터가 자기 생산ㆍ소비 시대를 열어 창고와 재고 등이 더 이상 필요해지지 않을 것이며, 생산과정에서 3D프린터의 사용률이 80%가 되는 2020년에 이르러서는 해상 컨테이너 운송은 3D프린터 재료를 실어 나르는 벌크 형태의 운송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과 5, 6년 사이에 글로벌 생산과 소비의 패턴이 변화하고 이에 따른 유통, 물류체계도 변화한다는 말이다. 또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약진으로 인터넷쇼핑과 해외구매 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제 물류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위한 고부가가치 물류와 글로벌화를 본격화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 산업 전반의 변화는 물류산업에 또 다른 먹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그 중 주목해야 할 부문이 국제특송이다. 우리나라 국제특송은 무분별한 업체난립과 덤핑으로 레드오션에 빠져 있다. 그러나 2018년까지 전세계 국제특송 시장규모는 2,521억달러(266조원)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지난달 2,800억위안(47조5,000억원)규모의 중국 내 특송ㆍ택배 시장을 외국기업에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현재 중국 내 인터넷쇼핑이 매년 60% 이상 급성장 중에 있어 시장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 내 인터넷쇼핑의 보편화 이전인 2009년부터 페덱스(Fedex)와 UPS 등 글로벌 특송업체들은 역량 강화와 서비스 네트워크 확충 등 중국 내 투자를 진행 중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해외 직접구매의 폭발적 증가로 지난해 국제특송을 통한 수입 규모가 15조원을 넘었다. 전자상거래 보편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여서 국제특송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거대시장과 기회를 두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제특송 업체들은 아직 DHL과 같은 글로벌 특송업체의 대리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자체기반이 부재한 영세수준이다 보니 대리점 역할만 하게 되고 난립한 특송업체 간의 출혈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그나마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이 해외에서 일부 구매대행과 한국행 특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제한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국제특송은 정보기술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함께 가는 미래산업이다. 우리가 ICT에 강점이 있으므로 이를 물류산업과 접목시키고 정부가 글로벌화를 지원한다면 한국이 얼마든지 잘할 수 있는 분야다. 또 우리 물류산업은 세계적인 항만, 공항 등의 인프라를 통한 종합 물류운영 경험뿐 아니라 세계수준의 경쟁력 있는 택배노하우가 있다. 여기에 글로벌 특송업체와 경쟁할만한 수준의 대기업 물류자회사들도 있어 업계간 협력사업 확대와 글로벌진출 장려정책이 더한다면 시너지를 내기에 충분하다.
지난달 DHL은 드론을 이용해 왕복 24㎞에 달하는 독일 내륙과 섬을 잇는 특송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의 주력산업들이 선진국과의 경쟁을 통해 세계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듯이 물류분야도 글로벌 물류산업이 고도화하는 이 시점에서 잠자고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깨워야 한다.
임장혁 퀴네앤드나겔㈜ 이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