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우리 딸은 영어시험을 보면 점수는 나쁘지 않은데 정작 영어로 말을 잘 못합니다. 제가 볼 땐 아이가 시험 보는 요령을 파악했거나 시험범위와 예상문제 등을 달달 외우고 있는 듯 합니다. 과연 시험점수만 좋으면 영어를 잘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또 이런 유형의 아이는 어떤 방식으로 학습해야 효과적일지 조언 부탁 드립니다.
A. 학창시절 벼락치기로 달달 외워서 시험을 치르고, 시험이 끝나면 그 내용을 하얗게 잊어버렸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한번쯤 있을 것입니다. 시험점수를 잘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부한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고 완전하게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은 더욱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배운 내용을 오랜 기간 잊지 않고 장기적으로 기억할 수 있을까요?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인간의 기억은 시간에 반비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이론을 영어학습에 적용시켜 보면 학습 후 10분이 지날 때 망각이 시작되고, 1시간이 지나면 기억의 50%, 하루가 지나면 70%, 한 달이 지나면 처음 학습한 분량의 80%를 잊게 됩니다. 따라서 오랜 시간 기억을 유지하려면 적절한 시점에서 반복이 이뤄져야 하며, 같은 횟수일지라도 한번 종합하여 반복하는 것보다 일정시간 동안 분산 반복하는 편이 기억에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배운 내용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에 맞는 학습전략이 필요한데,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뇌과학의 연구성과로 입증된 ‘소리인식’, ‘소리내어 읽기’, ‘많이 읽기’를 효과적인 영어학습 방법으로 꼽고 있습니다.
먼저, 소리인식(Recognize the sound)은 말 그대로 아이가 소리에 익숙해지는 것을 일컫습니다. 영어 특유의 억양과 강세 등이 귀에 익어야 음소, 단어 단위로 영어를 받아들일 수 있으며, 음소 인식 능력은 언어습득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영어의 기초인 파닉스 지식을 습득하고 매일 꾸준히 일정시간 영어 소리에 노출시키는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소리내어 읽기(Read aloud)는 단어 인식, 읽기의 유창성, 독해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미국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립읽기자문위원회(National Reading Panel)에서는 반복적으로 소리내어 읽는 활동이 유창성을 향상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습니다. 또한 소리내어 읽기는 문자를 눈으로 보는 ‘시각’, 말소리로 발성하는 ‘운동’, 자신의 소리를 듣는 ‘청각’을 골고루 활용하기 때문에 감각기관 발달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많이 읽기(Read a lot) 역시 뇌과학과 연계된 영어학습법입니다. 음소 인식과 소리내어 읽기의 훈련과정을 거친 학습자에게는 어휘력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데, 많이 읽기를 하면 어휘력이 더 크게 늘어나며, 이는 곧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뇌과학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읽기 능력이 숙달될수록 문자를 해독하는데 필요한 에너지 소모량은 줄어듭니다. 아이의 두뇌에 문자만을 인식하는 특수 부위가 발달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어릴 적부터 자신의 수준에 적합한 영어책을 많이 읽어 뇌의 언어영역을 활성화 시키고, 영어로 인식하는 ‘영어뇌’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영어로 막힘 없이 술술 말하는 것은 결코 단시간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뇌과학 기반의 스마트학습법으로 충분히 훈련한다면 자녀의 입에서 영어가 한국말처럼 자연스럽게 나오게 될 날이 머지 않아 올 것입니다.
윤선생(www.yoons.com) 국제영어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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