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m선발전 이상화 이어 2위...내달 14일 월드컵 1차대회 출전
3개월의 기적이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2관왕 박승희(22ㆍ화성시청)가 스피드스케이팅 태극마크를 달았다.
박승희는 30일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49회 전국남녀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겸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1,000m에서 1분21초16의 기록으로 이상화(서울시청ㆍ1분19초18)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박승희는 상위 2명을 국가대표로 선발하는 규정에 따라 2014~15시즌 국제대회에 나설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박승희는 전날 500m에서 6위(1, 2차 레이스 합계 80초68)에 머물렀으나 1,000m에서 일을 냈다. 올 시즌 성적을 기준(박승희 1분20초40)으로 이상화(1분17초05) 김현영(1분19초59ㆍ한국체대) 김보름(1분19초94ㆍ한국체대) 박승주(1분20초13ㆍ단국대) 이보라(1분20초23ㆍ동두천시청)등에 뒤졌지만 2~5위 선수들을 모두 제쳤다. 본격적으로 스피드스케이팅 훈련에 나선 것이 8월 중순께부터였으니 석 달 만에 쓴 기적이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은 사용하는 근육부터가 다르다. 400m 트랙을 두 바퀴 반을 도는 1,000m는 쇼트트랙 보다 더 많은 체력과 순간 스피드를 요구한다. 활주하는 자세와 느낌 또한 전혀 다르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이승훈(26ㆍ대한항공)도 이 같은 이유로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를 택했다.
그러나 박승희는 코너와 직선 구간에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2위에 올랐다. 코너에서 붙은 속도를 자연스럽게 직선 구간에서도 이어 받아 결승선까지 역주했다.
박승희는 “국가대표는 내년에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이렇게 국제대회에 나가야 한다니 부담스럽고 부끄럽기도 하다”고 웃었다. 이어 “쇼트트랙과는 달리 혼자 경기를 풀어나가기 어렵다. 중심이동과 직선구간이 잘 안돼 선발전을 앞두고는 그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훈련했다”면서 “모자라고 배울 것이 많은데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박승희는 또 “(이)상화 언니는 최고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다. 귀찮아 할 정도로 많이 질문할 것”이라며 “국제대회에서 성급하게 기대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스케이트를 타야 하는 날이 더 많기에 조금씩 기량을 키워나가겠다.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하고, 누를 끼치지 않도록 책임감을 느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상화는 전날 500m에 이어 대회 2관왕에 올라 국내 여자 단거리 최강자의 자리를 굳건히 했다. 이상화가 2종목을 석권하면서 박승희 외에 500m에서 2∼3위에 오른 장미(한국체대)와 이보라가 여자 단거리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선발된 국가대표들은 14일부터 일본 오비히로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를 통해 시즌 첫 국제대회에 나선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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