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어제 국회의원 선거구의 인구편차를 3대 1까지 허용한 현행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내년 말까지 인구편차를 2대 1로 바꾸라는 입법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2016년 4월 (제20대)총선에 처음 적용될 새로운 선거구 획정에 매달려 엄청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특히 어떻게 선거구를 조정하든, 의석이 줄고 선거구가 커질 수밖에 없는 농촌지역 출신 의원들에게는 비상이 걸렸다.
헌재는 이번 결정의 이유로 우선 ‘표의 등가성(等價性)’을 거론했다. 현행 공직선거법(25조 2항)에 따르면 선거구에 따라 유권자 1인의 투표가치가 다른 1인의 투표가치의 세배에 이르게 되어 지나친 투표가치의 불평등이라고 보았다. 특히 인구가 적은 선거구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의 득표가 인구가 많은 선거구에서 낙선한 후보자의 득표보다도 적은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또 국회 구성에서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을 고려해야 하더라도 그것이 국민주권주의의 출발점인 투표가치의 평등보다 우선시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으로 지역대표성을 이유로 투표가치의 평등을 완화할 필요성도 줄었다고 보았다. 또 20대 총선 때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어서 선거구조정의 현실적 어려움을 이유로 인구편차 허용기준을 완화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헌재가 과거 크게 보아 두 차례나 국회의원 선거구 인구편차 허용기준을 세운 바 있어 특별히 놀랍지는 않다. 헌재는 1995년 전원재판부 결정에서 인구편차 허용기준을 4대 1로 제시했고, 2001년 전원재판부 결정에서 이를 다시 3대 1로 줄인 바 있다. 95년 결정에서 이미 “국회는 현재의 선거구별 인구불균형을 스스로 시정하기 위한 필요하고도 합리적인 기간 안에 최대 선거구 인구가 최소 선거구 인구의 2배를 넘지 않는 수준으로 조정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 시정을 하기 위한 합리적 기간이 지난 뒤에는 인구편차를 2대 1 미만의 기준에 따라 위헌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예고하기까지 했다. 인구편차를 3대 1 미만으로 정한 지 13년이 흐른 지금은 충분히 ‘합리적 기간’이 지나갔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인 셈이다. 따라서 어제 결정을 두고 정치권이 헌재에 볼멘소리를 던지기보다 인구편차 감소 노력을 하지 않은 스스로의 태만을 돌아보아야 한다.
문제는 정치권의 대응이다. 새로운 인구편차 기준에 맞추려면 상한선을 낮추거나 하한선을 높여야 하고, 결과적으로 과대 선거구의 분할과 과소 선거구의 통폐합이 불가피하다. 과소 선거구는 그대로 두고 ‘2배 미만’에 맞출 수도 있다. 이 경우 국회의원 수가 늘어나지만 ‘200인 이상’인 헌법에는 위배되지 않는다. 하지만 의원정수를 늘려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데다 그 추가 비용은 결국 국민이 부담한다. 만에 하나라도 그런 발상을 한다면 국민적 반발과 분노가 국회를 에워쌀 것임을 미리 경고한다. 아울러 현행 소선거구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없지 않은 만큼 중ㆍ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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