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유튜브 등에 유포, 적발된 117명 중 33명이 초등생
모두 자신의 신체 찍어 올려, 중·고생은 SNS 주목 노리고 촬영
“난 16살인데, 넌 몇 살이니?’
초등학교 4학년인 A(10)양은 지난 17일 친구로 등록되지 않은 한 남성으로부터 이 같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남성은 다짜고짜 “저랑 야한 이야기하거나 노실 분. 여자 11~16살까지 남자에 대해 알고 싶다면 톡 걸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호기심이 생긴 A양은 “누구세요. 야한 이야기 하나만 알려주세요”라고 답했다.
대화가 이어질수록 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A양은 엄마 속옷을 입고 가슴 부위를 촬영한 사진을 전송했다가 나중에는 다 벗은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냈다. A양은 이 동영상의 유통 경로를 역추적해온 경찰의 소환 통보를 받고 부모와 함께 출석해 “스마트폰을 만지다 버튼을 잘못 눌러 스마트폰에 남아 있던 동영상이 유투브에 게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투브 등에 아동과 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을 게시한 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 가운데에는 초등학생 등 미성년자도 상당수 포함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3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동영상 사이트 등에 아동과 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을 올린 혐의(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117명을 적발, 이 가운데 7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43명은 만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이거나 음란물을 단순 소지한 중ㆍ고등학생으로 확인돼 입건되지 않았다.
적발된 초등학생 33명은 모두 자신의 신체를 찍어 올렸다 적발됐다. 이들 모두 부모와 함께 경찰에 나와 A양처럼 호기심이나 상대 어른의 꾐에 빠져 실수를 한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의도적 유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스마트폰의 사용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초등학교 저학년생까지 각종 음란물을 접하고 내려받거나, 이를 따라 해 직접 자신의 신체를 촬영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ㆍ고등학생의 경우 트위터 상에서 팔로워의 숫자를 늘리거나 페이스북의 ‘좋아요’를 받으려고 신체를 촬영해 올린 경우가 많았다. 신체 사진을 서로 주고 받으며 대화하는 일명 ‘섹드립’이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서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버스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신체의 일부를 찍어 올리거나, 다수의 사진을 게재한 중ㆍ고등학생 17명은 이번에 정식으로 입건됐다.
적발된 성인 가운데 회사원 손모(46)씨는 무려 3만8,000여건의 아동ㆍ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해 눈길을 끌었다. 손씨는 2009년부터 올 8월까지 해외 유료 음란물 사이트에서 여성 아동의 나체 사진 및 성행위 동영상 등 아동ㆍ청소년 음란물만 골라 소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수사는 미국 국토안보부 소속 국토안보수사국(HSI)과 공조를 통해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은 유투브,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사업자가 음란물을 발견하면 신고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스마트폰과 SNS의 보급으로 음란물 유포가 급증함에 따라 지난해 8월 HSI와 수사자료 공유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 IP 주소 등을 제공받아 음란물 게시자를 적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