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美 "돈 잔치는 끝났다"… 금리인상 카운트다운 시작되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美 "돈 잔치는 끝났다"… 금리인상 카운트다운 시작되다

입력
2014.10.30 18:12
0 0

연준 "고용시장 전망 상당히 개선" "당분간 초저금리 유지" 불구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늪에" 자금 유출로 신흥국 직격탄 위기

29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이 TV모니터를 통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종료하기로 했다는 자막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이 TV모니터를 통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종료하기로 했다는 자막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

돈 잔치는 끝났다.. 글로벌 경제 중대 전환점을 맞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9일(이하 현지시간) 양적완화(자산매입) 프로그램 종료를 선언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말 이래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며 연준이 국채 및 모기지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4조달러가 훨씬 넘는 유동성을 공급해온 특단의 조치가 근 6년 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연준의 전례 없는 ‘달러 살포’ 정책과 맞물려 돌아가던 글로벌 경제 또한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 연준이 양적완화 종료 후속책으로 공언해온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일찍 단행될 경우 그 파급력은 한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종료 후 발표한 성명에서 “자산매입 프로그램으로 고용시장 전망이 상당히 개선됐으며, 물가안정 상태에서 완전고용 달성을 뒷받침할 수 있을 만큼 경제가 견조하다고 판단된다”며 “이달로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이날 성명을 두고 연준 내부에 매파(긴축 선호) 성향이 강해졌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연준은 연 0~0.25%의 초저금리 기조를 상당기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할 경우 (시장의)기대보다 더 빠른 시기에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고 했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고 덧붙이긴 했어도 연준이 내년 중반으로 예상되던 기준금리 인상의 조기 단행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실제로 30일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은 시장예상치(3.0%)를 크게 뛰어넘는 3.5%를 기록했다. 2분기(4.6%)보다는 다소 떨어졌지만,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에도 미국 경제가 나 홀로 선전하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때문에 시장에선 조기 금리 인상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으며 폴 애시워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선임 연구원도 "GDP 보고서를 보면 연준이 매파적 목소리를 약간 키운 것이 타당하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결국 시기의 문제일 뿐, 금리 인상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만큼 국제 금융시장의 파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스템은 양적완화 종료로 인해 한동안 불확실성에 직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신흥국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금리차에 따른 수익을 노리고 신흥국으로 쏟아져 들어온 달러캐리트레이드 자금이 최대 취약점이다. 2조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이 유입자금은 연준의 양적완화 종료가 가시화된 지난달부터 대규모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9월 한달 동안 대만 증시가 4.9%, 베트남 4.3%,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1.1%씩 하락했고 채권시장에서도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미국 양적완화 기간 중 발행잔액이 1조달러 이상 늘어난 해외발행 회사채, 대규모 투자자금 유입으로 가격거품 논란에 휩싸인 호주ㆍ홍콩 등의 부동산 시장도 신흥국 경제의 또 다른 뇌관이다.

다른 신흥국에 비해 경제 기초체력이 양호하다지만 한국 역시 이 같은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내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본 역시 9월부터 3조3,000억원 가량 빠져나가면서 시가총액 대비 외국자금 비중이 지난해보다 0.75%포인트 낮은 34.5%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기업의 해외채권이 내년부터 3년 동안 300억달러 안팎씩 대거 만기가 도래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국내 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꼽히는 가계부채의 심화 우려도 크다.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 우리도 결국 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고, 저금리 국면에서 부채를 대폭 늘린 가계의 경우 이자 부담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수출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 달러 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강화로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실적을 늘릴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신흥국 경기가 침체되면 되레 수출시장이 좁아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한국의 전체 수출 중 신흥국 비중은 중국 및 동남아시아만 해도 40%, 남미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 70%에 달한다. 더구나 일각에선 양적완화 종료가 미국 경제의 회복세를 꺾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30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연준의 양적완화는 예상됐던 조치로 국내 외환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냈지만 우려하는 기색은 역력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미국 조기 금리인상에 따른 최악의 경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1%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면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거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