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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방관들 요구에 너무나 비겁한 정부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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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방관들 요구에 너무나 비겁한 정부의 대응

입력
2014.10.3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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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남상호 소방방재청장과 조성완 차장이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부 부처에서 청ㆍ차장이 동시에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일선 소방관들의 소방방재청 존속과 소방관 국가직화 요구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데 따른 문책성 인사로 알려졌다. 수뇌부 경질설이 전해지자 일선 소방관들이 동요하며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목숨을 걸고 재난현장에 뛰어드는 소방관들을 위로하기는커녕 사기를 깎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소방공무원 4만명 전원은 지난 6월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는 동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이 동의서에는 차장도 서명하고 청장은 결재했다. 남 청장은 국감에서 소방조직 독립과 국가직 전환을 바란다는 소신도 밝혔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은 모든 소방관들의 숙원이다. 부처 이기주의라고 보기에는 사정이 절박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소방서비스의 질과 직결된다는 점에서도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소방공무원은 지자체 소속이다 보니 재정형편에 따라 소방인력은 물론 시설ㆍ장비의 편차가 심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폐차기한이 넘은 구급차가 운영되고 소방관이 자비를 들여 장비를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세월호 참사 구조현장에서 경기지역 소방관들은 지자체 예산을 받아 지어진 가건물에서 근무한 반면 정작 진도를 관할하는 전남 소방관들은 천막 아래서 이불을 깔고 잔 게 단적인 예다. 소방방재청과 지자체의 이중지휘를 받아 긴급재난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 놓인 소방관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조직의 장이 앞장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가 공동발의나 각각 발의한 4건의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법률이 계류돼 있다.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단체,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폭넓게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2009년 의원 시절 소방업무를 국가와 지자체 공동책임으로 규정하고 지원하도록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지난 7월 소방관 5명이 순직한 광주 헬기 추락사고 때는 “소방 인력과 장비를 보강해 사기를 진작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현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복지부동과 보신주의다. 장ㆍ차관들이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고 오로지 대통령의 입만 쳐다본다는 비판이 많다. 정부가 국민과 소방관의 입장에서 할 말을 한 소방방재청 수뇌부를 곱지 않게 보는 것은 졸렬한 처사다. 그러면서 공직자들에게 몸을 사리지 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달라고 한들 어느 누가 따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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