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환자 78% 완치 확인, 수술 하지 않고도 치료 길 열려
임상 거쳐 2017년 상용화
백신을 맞아도 소용 없고 부작용이 많은 수술 외에는 방법이 없던 자궁경부전암을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처음으로 개발했다.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지금까지 환자의 78%에서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
포스텍 생명공학과 성영철, 제일병원 산부인과 김태진 교수 공동연구진은 30일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합성 유전자(DNA)를 국내 자궁경부전암 후기 환자 9명에게 투여한 결과 7명에서 암의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완전히 제거되고 병변이 치료됐다”며 “추가 임상을 거쳐 2017년이면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궁경부전암은 HPV가 다른 조직으로 퍼지지 않고 자궁경부에만 머물고 있는 상태다. 자궁경부암의 초기라고 보면 된다. HPV에 감염된 환자의 약 14.1%가 자궁경부전암으로 발전한다고 알려져 있다.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이 2006년 개발된 뒤 세계적으로 접종되고 있지만, 여전히 자궁경부암은 여성의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백신이 이미 HPV에 감염된 사람에겐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는 점을 주요 이유로 꼽는다. 국내 전체 여성(약 2,500만명) 중 17.6%(약 440만명)가 HPV에 감염돼 있다.
자궁경부전암 환자는 자궁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원추절제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하지만 원추절제술 후엔 자궁 조직이 들러붙거나 조산, 유산 위험이 커지는 등 여러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자궁경부암 역시 항암치료와 수술을 병행해야 한다. 이번 기술이 상용화하면 수술을 하지 않고도 자궁경부전암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처음 열리게 된다.
연구진이 개발한 합성 DNA는 환자의 체내에 들어가 ‘다기능 킬러 T세포’를 증가시키고 활발히 활동하도록 만든다. 면역세포의 일종인 킬러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신의 세포나 암세포를 골라내 파괴한다. 화학 작용으로 정상 세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간접적으로 암을 치료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합성 DNA를 연구진은 ‘치료백신’으로 정의한다.
DNA 같은 생체물질로 면역체계를 조절해 병을 치료하는 기술은 최근 세계적으로 개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추세다. 성 교수는 “상용화한 치료백신은 아직 없다”며 “앞선 기술을 보유한 만큼 우리나라가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자궁경부전암 치료백신이 출시되면 비싼 접종 비용에 비해 효과가 폭넓게 나타나지 않는 기존 자궁경부암 백신의 경제성도 재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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