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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곡의 조화로운 전달 위해 조율 식당의 홀 매니저와 같은 역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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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곡의 조화로운 전달 위해 조율 식당의 홀 매니저와 같은 역할이죠"

입력
2014.10.3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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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을 구성하는 양대 요소는 대본과 음악이다. 좋은 가사와 대사에 아름다운 선율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수작이다. 하지만 간혹 대본ㆍ작곡ㆍ작사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뭉친 뮤지컬이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 경우가 있다. 서로의 의견만 내세워 조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조율하고 재구성하는 사람이 음악감독이다. 뮤지컬 ‘보이첵’과 ‘그날들’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장소영 음악감독을 최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음악감독은 식당의 홀 매니저의 역할과 같아요. 소비자의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게 구성과 분위기를 손 봅니다.”

장 감독은 음악감독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조율’을 꼽았다. 작곡가가 쓴 곡이 대중에게 최적화한 상태로 도달하게끔 곡 순서를 배치하고, 배역의 캐릭터를 고려해 음악의 분위기를 조절한다. 물론 혼자서 결정하는 건 아니다. 그는 “음악에 조금만 변화를 줘도 소품, 조명, 음향 등 세부적인 요소들이 싹 바뀌게 된다”며 “때문에 아주 작은 변화라도 다른 분야 스태프들과 회의에 회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곡과 극을 조화시키는 것은 다양한 스텝들의 의견을 조율해야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의 말을 토대로 최근작 ‘보이첵’에 대해 물었다. ‘보이첵’은 독일 출신 게오르그 뷔히너가 쓴 원작 희곡에 영국 인디 밴드 ‘싱인 로인스’가 곡을 붙인 작품으로, 뮤지컬무대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색다른 요소가 많은 만큼 조율 작업 역시 만만치 않았을 터였다. 그는 우선 ‘싱인 로인스’ 팀에 대해 “인디 밴드 특유의 신선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은 시각 외에 다른 신체 감각이 발달하는 것처럼 전문 밴드들에게는 없는 특유의 음악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 감독이 말한 작곡팀의 감각 덕분인지 뮤지컬 ‘보이첵’의 곡 하나하나는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곡들의 조화에 대해서는 관객 반응이 엇갈린다. 예를 들어 첫 곡 ‘민주주의를 향하여’는 사회 비판의식을 담은 원작을 투영했지만, 중간에 나오는 ‘바구니 짜는 여인들’은 상당히 서정적인 분위기다. 그래서 극의 흐름도 사회 비판과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장 감독은 “‘바구니 짜는 여인들’은 ‘싱인 로인스’가 아닌 한국팀이 만든 노래”라며 “하나 정도는 도드라진 곡을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말하면 여인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전체 줄거리와 별개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극 중간에 도드라진 곡이 없으면 극 전체가 밋밋해질 우려가 있어 들어간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공연 중인 또 다른 뮤지컬 ‘그날들’에서도 음악감독을 맡은 그는 고 김광석의 노래를 뮤지컬로 만드는 것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 그는 “빠른 노래라고는 ‘일어나’ 정도 밖에 없는 김광석의 노래로 경호원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뮤지컬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또 원곡을 변형하는 것에 대한 팬들의 질타도 고려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뮤지컬을 통해 김광석의 노래를 처음 듣게 되는 관객이 원곡을 찾아 듣게 된다면 그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영화와 드라마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는 그는 “영상매체에서는 아무래도 음악이 부차적이지만 뮤지컬은 음악이 중심이라는 점 때문에 더 애착이 간다”며 “여러 스태프가 함께 무대를 꾸미고 준비하는 협업의 과정 역시 뮤지컬 무대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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