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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흔적 더듬기

입력
2014.10.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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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쪽지를 하나 받았다. 운영하는 블로그를 팔 생각이 없느냐는 것이었다. 지난 몇 년간, 사실상 나는 블로그를 거의 방치하다시피 해왔다. 가끔 발표한 글들을 올리긴 했지만, 왕성하게 포스팅을 하던 예전과 비교하면 애정이 사라졌다고 말해도 가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미 이웃들 중 상당수가 블로그를 떠났다. 미니홈피에서 건너와 블로그에 둥지를 튼 사람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또다시 옮겨간 것이다. 블로그에게 감정이 있다면 아마 쓸쓸했을 것이다. 10년 넘게 사람이 들어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빈집으로 혼자 남겨졌다고 느꼈을 것이다. 한번 떠난 마음은 다시 깃들기 어렵다고 하지만, 블로그를 팔라는 쪽지를 받은 순간에야 비로소 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블로그를 개설했던 11년 전 어느 날이 떠올랐다. 무슨 글을 올릴까 고민하며 썼다 지우기를 수십 번 반복했던 날을. 블로그를 통해 시인들을 하나둘 알게 되었고, 그들은 여전히 내 소중한 사람들이다. 난생처음 내 시를 찾아 읽는 독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블로그를 통해서였다. 괴로움을 토로할 때 생면부지의 누군가가 위로의 말을 건네던 곳도, 7년 만에 첫 시집이 나왔을 때 그 기쁨의 순간을 함께 나누던 곳도 블로그였다. 누군가는 실제로 만나기도 했고 누군가는 인사만 건네다 결국 발길이 끊겼지만, 그 모든 흔적들이 내게 스며들었다고 믿는다. 11년간의 흔적을 더듬다 어느새 아침이 밝았다. 시간 참 빠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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