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FA컵 303억 대 841만원...테니스·마라톤 등 7개 종목은 동등
남녀 선수 사이의 스포츠 상금 격차가 ‘차이’가 아닌 ‘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BBC가 지난 29일 56개 종목 남녀선수 상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상금을 지불하는 35개 종목 중 10개 종목이 남자 선수에게 훨씬 더 많은 상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녀간 상금 차이가 가장 큰 종목은 축구, 골프가 대표적이다. 이어 크리켓, 다트, 스쿼시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축구계에서는 꾸준히 여자 선수들에 대한 ‘형편없는 보상’ 문제가 제기돼 왔다. 잉글랜드의 FA컵 남자 우승팀은 1,800만 파운드(303억원)를 챙겼지만 여자 우승팀은 고작 5,000 파운드(841만원)가 전부였다. 이는 잉글랜드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대회의 준우승 상금 수준이다.
하지만 잉글랜드 축구협회에서는 줄곧 남자축구와 여자축구는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여자축구는 불과 3~4년 전까지 아마추어 스포츠였지만 남자축구는 수백만 파운드 규모의 스포츠 산업이라는 것이다.
LPGA에서 활약하는 여자 골프선수들은 엄청난 상금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남자 골프선수들과 비교했을 때는 턱도 없는 얘기다. 미셸 위(25ㆍ미국)는 올해 US오픈 우승으로 약 72만 달러(7억원)의 상금을 받았지만 마르틴 카이머(30ㆍ독일)는 같은 대회에서 우승하고도 약 159만 달러(17억원)를 수확했다. BBC는 이 같은 차이가 여성 프로골퍼들의 수준과 경쟁력을 고려했을 때 정당화될 수 없는 차별이라고 전했다.
반면 육상 볼링 스케이팅 마라톤 사격 테니스 배구 등 7개 종목은 2004년 이후 남녀 선수에게 똑 같은 상금을 지급해 왔다. 특히 테니스의 경우 성차별 반대론자로 알려진 빌리 진 킹(71ㆍ미국) 등 여성 테니스선수들의 노력으로 ‘상금 성평등’을 일궈냈다. 이들의 노력으로 US오픈은 1973년부터 남녀선수에게 동일한 상금을 지불했다. 2007년 윔블던에서 우승한 비너스 윌리엄스(34ㆍ미국) 역시 남자 우승자와 똑 같은 상금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어떤 종목이든지 선수들의 수준 및 경기력과는 별개로 협회의 지원, 기업의 스폰서, 언론의 관심 등이 따라주지 않으면 성차별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여자프로테니스협회(WTA) 스테이시 알리스터 회장은 “2014년 현재 이 시점에 훌륭한 여자 선수들이 스폰서를 찾지 못하고 언론에 노출되지 못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우리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ㆍ근본적인 변화를 이끄는 사람)가 되어야 한다”고 BBC에 밝혔다. 이어 “선수가 뭐가 옳은지 주장하고 협회는 그들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남녀간 차별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대중의 인식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리스터 회장은 얼마 전 윌리엄스 자매를 ‘형제’라고 지칭한 샤밀 타르피셰프에 “스포츠계에 그를 위한 자리는 없다”며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BBC의 조사 결과를 접한 헬렌 그렌트 영국 체육부 장관은 “여성 스포츠에 좀 더 많은 언론의 관심과 상업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이익, 투자에 대한 회수의 문제가 아니다. 21세기의 남녀평등과 공정함을 위해서다”고 말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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