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선수 출신 서건창-이병규가 꿈꾸는 가을의 전설
서건창(25ㆍ넥센)과 이병규(31ㆍLG)는 공통점이 많다. 왼손타자에 LG 출신으로도 교집합을 이룬다. 이들은 27일부터 혈투에 접어든 플레이오프 맞대결에서도 전력의 핵이다.
무엇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신고선수 출신이다. 서건창은 올해 프로야구가 낳은 최고의 히트 상품이다. 시즌 200안타(201개)의 신기원을 열었고, 타율(0.370)과 득점(135개)까지 3관왕을 차지하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가 유력하다.
서건창은 광주일고를 졸업한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2008년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그 해 1군 단 1경기만 출전한 뒤 방출됐고 경찰청 야구단선발에도 떨어지는 바람에 2009년 현역으로 육군에 입대했다. 야구를 포기할 수 없던 서건창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2011년 말 박흥식 당시 넥센 타격코치가 그의 절실한 눈빛을 보고 김시진 감독에게 추천해 꿈에 그리던 프로 무대 재입단이 이뤄졌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여동생을 돌봐야 했던 소년 가장 서건창은 야구 방망이를 다시 쥐게 된 것만도 꿈만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2012년 개막전에서 부상 당한 김민성 대신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두산과 개막전에서 서건창은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결승타를 때려 인생 역전의 서막을 알렸다. 그 해 신인왕과 2루수 골든글러브를 거머쥔 서건창은 지난해 발목 부상으로 주춤했지만 올 시즌 잠재력을 200% 꽃피우며 최고의 야구선수로 우뚝 섰다.
이병규는 LG의 4번 타자다. 2006년 한양대를 졸업하고 신고 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은 이병규는 간판 스타인 팀 내 맏형 이병규(40)와 동명이인 정도로 잠깐 화제가 됐다. 그러다 이름 석 자를 제대로 알린 계기는 2008년이었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쿠바 대표팀의 스파링 파트너가 됐던 LG 2군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이병규는 쿠바의 강속구 투수들을 상대로 9회말 끝내기 홈런을 포함해 2개의 대포를 터뜨리며 주목을 받았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를 인정받기 시작한 이병규는 2010년 데뷔 첫 3할을 치며 성공 시대를 예약하는 가 싶더니 고질적인 부상으로 다시 2군과 재활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나 올 시즌 116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3할6리에 팀 내 최다 타점(87개)으로 4번 타자 자리를 꿰찼다.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서건창은 1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8회 마지막 타석에서 고의4구로 출루하며 달라진 위상을 확인했다. 이병규는 준플레이오프 4차전 MVP에 선정되는 등 16타수 8안타를 몰아쳤다. 2차전에선 둘은 나란히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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