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혁 속도 높이고 성장 낮춰… 경제 문제점 재정리 뒤 업그레이드
양극화·부동산 버블 등 시한폭탄… 중성장 시대 안정적 진입 주시해야
시진핑 이후 내수시장 확대 나서… 우리에겐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
요즘 중국 언론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는 말은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지난 5월 처음 사용한‘신창타이(新常態ㆍ새로운 정상상태)’다. 시진핑 정부 출범 후 중국 경제가 개혁개방 이후 30여년 간의 고도 성장기를 끝내고 성장률 둔화와 함께 새로운 정상상태(뉴노멀 시대)에 진입하면서 경제구조에 광범위한 변화가 일고 있다.‘신창타이’로 불리는 중국의 신경제는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용준 한국국제경영학회장 등 국내 최고 권위의 중국경제ㆍ금융 전문가들로부터 이를 들어봤다. 이들은 한국일보가 창간 60주년을 맞아 내달 7일 개최하는 ‘차이나포럼 2014 (주제: 중국의 신경제와 한국의 대응전략)’의 연사로 참여한다.
_시진핑 정부 들어 경제 개혁 속도가 빨라지고 성장전략이 변화하고 있다.
정영록 교수: 중국과 같이 큰 나라가 7% 대 성장률을 보이는 것은 여전히 고속성장이다. 중국 정부는 2008년 경제 구조조정을 하려고 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연기했다. 중국이 최근 경제 개혁의 속도를 높이고 성장 속도를 낮추는 것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누적된 경제적 문제점들을 재정리하고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1994년 주룽치(朱鎔基) 전 총리가 금융ㆍ재정개혁을 주도했는데, 이번 경제개혁 현장에서 실무를 지휘하는 장관들이 모두 주룽치 사단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를 업그레이드하려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김용준 회장: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내수시장 확대이다. 내수시장 확대는 중국경제가 세계의 공장에서 소비중심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나비가 송충이 생활하며 솔잎만 먹다가 누에 단계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최근 부정부패 척결 움직임 때문에 소비가 위축됐지만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나비들이 많이 생겨나 중국의 기본적인 경제구조가 생산 중심에서 소비로 넘어갈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이다.
하태형 원장: 중국은 중성장시대로 접어들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조금 낙관적이지만, 중국 밖의 사람들은 비관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세계은행은 중국 경제성장률을 2016~2020년 7%대, 2020년 이후 5~6%대로 본다. 일각에서는 3%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중국 경제체제의 구조적 문제점 때문이다. 우선 제조업의 과잉투자를 중국 내수가 다 소화해 낼 수 없다는 점이다. 또 그림자금융과 부동산 버블, 지방부채 문제는 시한폭탄과 같다. 중국 정부가 수출에서 내수로 방향을 트는 것은 지난 30여년간 수출로 먹고 살았지만 세계적인 경제침체로 내수를 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심각한 양극화라든지 부동산 버블은 중국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극심한 도ㆍ농간의 격차와 지역간의 불균형 문제도 상존한다. 중국이 과연 안정적으로 중성장 시대로 진입할 수 있을지 이를 조심스럽게 주시하며 중국의 변화에 따른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_중국 전문가로서 향후 중국 경제 변화를 낙관적으로 보는 배경은.
정 교수: 우선 앞에서 언급한대로 중국의 7% 대 성장은 중성장이 아니라 고속성장이다. 두 번째는 많은 사람이 중국이 대외의존형 경제라고 보지만 이는 수출입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생기는 착시 현상이다. 중국 경제는 수출도 중요하지만 이미 내수 경제위주로 이뤄져 왔다. 1996년부터 매년 2,000만명의 농민이 도시화 인구로 진입하고 있다. 5만명 규모의 주택단지가 매년 400개의 신도시를 만들고 있다. 이는 수출입과 관계가 없다. 특히 중국의 수출입 규모 중에서 50% 정도는 합작회사에서 이뤄진다. 이들이 산업에 미치는 전후방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8,000만명 정도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정도다. 서방에서 지적하는 그림자금융, 지방부채 문제는 위기를 부를 개연성이 있지만, 이는 시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20년 후에 일어날 일을 현 단계에서 미리 예단한다면 이 역시 착시다. 앞으로 중국은 10년간 고속성장을 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런 문제를 풀지 않으면 향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는 이를 깊이 인식하고 현재 많은 정책 제안과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점은 중국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고, 이 같은 변화의 기본적인 구조를 잘 파악하지 않은 채 한중관계를 끌고 간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_심각한 소득분배 불균형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의 내수시장 확대와 소비 진작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김 회장: 그 동안 중국 정부가 내수시장을 진작하겠다는 것은 슬로건에 그친 점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4조달러를 보유한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내수 진작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1, 2차 도시는 이미 성숙한 시장이다. 소비의 기본적인 인프라가 깔려 있다. 이제 3, 4차 도시를 2,000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 중 1,000개가 성공하면 내수시장의 근간을 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3, 4차 도시를 어떻게 성공적인 내수시장으로 만드느냐가 문제인데, 고속철 등 인프라 건설이 이뤄지면 소득이 발생하고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소비가 일어나 중국 전역을 내수시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기본 전략이다. 지금 우리의 관심사는 시진핑 정부가 들어선 이후 6, 7년간의 변화다. 중국 정부도 구조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서구적인 안목이나 경제학자들의 시각에선 이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바로 마오쩌둥(毛澤東)의 ‘모순론’식 발상인데, 정부가 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작은 모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작은 모순을 일으켜 실험해보고 그 변화를 보면서 큰 모순이 해결될 것 같으면 이를 그대로 실행에 옮긴다. 이는 정책적 유연성을 갖춘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다. 내수시장 진작에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인식하면서 큰 비전에 맞춰 6,7년간 이를 조정하며 이끌어 갈 것이다.
_‘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은.
하 원장: 우리나라의 수출 현황을 보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다. 전체 수출액의 26.1%를 차지한다. 홍콩을 합치면 30%다. 그런데 수출 증가율을 보면 2000~08 연평균 22% 성장했던 것이 2009~13년 13.9%, 올해는 마이너스 1.6%로 매우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런 감소세는 대중국 수출에서 가공무역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 주원인이다.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 가운데 중간재 품목이 73%를 차지한다. 그러나 중국은 더 이상 단순한 가공ㆍ중개무역은 지양하겠다는 것이다. 또 새 기술을 개발하고,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해 우리기술수준을 따라잡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샌드위치 형국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선 고부가가치의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_중국의 내수시장을 파고들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정 교수: 중국에서 내수시장을 파고들려면 일단 상가를 확보해야 한다. 상권을 확보 못하면 내수시장을 들어갈 수 없다. 중국엔 매년 5만명을 수용하는 단지가 400개가 생긴다. 20년이면 8,000개가 된다. 지난 3년간 주중 한국대사관 경제공사로 재임할 당시 우리 기업들과 함께 환경오염을 없애고 자체 에너지를 재활용 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 건설 프로젝트에 매달려왔다. 이를 통해 상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기업들은 중국 내수 시장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중서부 지역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 필요한 도시를 타깃으로 마케팅하면 수요가 있다. 빨리 선점할 기회가 있는데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잘못된 편견 때문에 시장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편견에서 벗어나 오너가 직접 움직이는 기업들은 앞으로 5,10년 후 중국 내수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둘 것이다.
김 회장: 최근 중국 진출한 유망 중소기업을 연구할 기회가 있었다. 대부분이 중간재 부품 업체들로 삼성전자나 현대차 계열사의 벤더 업체였다. 그러나 삼성이나 현대차도 이제 1차 벤더 부품업체들을 중국기업으로 바꾸고 있다. 제품과 가격 경쟁력에서 현지 중국기업들에 밀리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제 중국에서 철수하거나 중국 내수시장을 뚫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중국 내수시장을 뚫기 위해선 경쟁력 강화만이 해결책이다. 중국 내수시장은 이들에겐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_중국진출 기업들도 이젠 새로운 패러다임의 현지화 전략이 필요한데.
정 교수: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3.3%다. 그 중 1%가 중국에서 나왔다. 중국을 배제하고 경제성장 정책을 만들 수 없다. 다시 새로운 창업을 해야 한다. 중국은 정보수집이 비공식적으로 이뤄진다. 직접 사람을 만나야 나온다. 중국의 특징은 여론 합의 과정이 여러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관련 세미나나 포럼 등에 꾸준히 참석하는 것도 중국을 파악하는 좋은 통로다. 나는 전근대적이고 비공식적인‘꽌씨’(關係)를 믿지 않는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이젠 ‘꽌시’가 아니라 셀링포인트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만큼 현지화 준비단계가 길어야 하고 투입되는 노력이 많아야 한다.
김 회장:‘노 리스크, 노 비즈니스’다. 독점기업이나 정부와 사업을 할 때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영역에서 사업을 할 경우 꽌시가 필요하다. 그러나 내수시장 같이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곳에선 꽌시가 필요 없다. 이젠 꽌시가 아니라 현지화가 성공 요건이다. 이를 위해선 합작 파트너가 필요하다. 다국적기업들을 보면 독자기업보다는 합자기업이 더 성과를 내고 있다. 제대로 된 합작 파트너를 잘 찾아내야 한다. 인력수급에도 국제화가 필요하다.
_중국의 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의 배경은 무엇이며, 우리의 활용방안은.
하 원장: 중국의 수출입 규모가 한 해 4조1,6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대부분 달러로 거래된다. 이를 위안화로 바꾸는데 필요한 비용이 환햇지 비용을 포함 전체 규모의 6~7% 든다. 중국으로선 미국에 고리를 뜯기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각국별로 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만들 경우 그 비용을 줄일 수 있다. 2%만 줄여도 그 규모는 엄청나다. 또 직거래 시장 개설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정치적 의도도 있다. 그러나 직거래 시장을 만들어도 금융제도적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중국은 자본시장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통화의 가치안정과 독자적인 통화정책 수행,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동시에 만족시킬 방안이 없다. 중국이 처한 트릴레마이다. 지금은 통화가치 안정과 독자적인 통화정책 수행을 위해 자본이동을 막고 있다. 그러나 위안화 시장이 열리면 우리로선 위안한 직거래를 할 수 있다. 대 중국 무역흑자 규모는 628억달러다. 중국의 외국인투자적격제도(RQP)를 통해 우리나라에 쌓인 위안화를 중국에 다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중국 금리가 우리 금리보다 1~2% 높아 다양한 금융상품을 만들 수도 있다. 또 위안화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장치가 생긴다는 것은 장점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국의 금융불안이 국내로 전이될 수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장학만 선임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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