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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공유로 中企들과 동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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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공유로 中企들과 동반 성장

입력
2014.10.3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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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P 선정해 수출 보증...연구개발 돕고 제품 홍보도

조환익(맨 왼쪽)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에서 열린 ‘전력기술 사업화 & 동반성장 박람회’에서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전력 제공
조환익(맨 왼쪽)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에서 열린 ‘전력기술 사업화 & 동반성장 박람회’에서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전력 제공

국내 한 중전기기(重電機器) 생산업체 A사는 오래 전부터 동남아시아 진출을 꿈꿔왔다. 중전기기란 전기에너지의 생산과 수송, 변환, 사용에 필요한 산업용 전기기기를 말한다. 발전기와 전동기 변압기 차단기 등이 중전기기에 속한다. 동남아가 한국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 온 지역이라 A사는 해외 경험이 부족했지만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진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진입장벽은 높았다. 가장 답답했던 건 ‘현물을 보여달라’는 현지 바이어들의 요구였다. 계약이 성사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요구가 있을 때마다 막대한 운송비를 들여가며 샘플 제품을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항공보다 저렴한 바닷길로 보내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너무 오래 걸려 타이밍을 놓치기 십상이었다. 그렇다고 언제 들어올 지 모르는 바이어의 요청 때문에 현지에 직원을 상시 배치해둘 여력도 없었다.

난감해하던 A사가 동남아 진출의 물꼬를 트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한국전력공사의 ‘한전이 신뢰하는 동반자(KEPCO Trusted PartnerㆍKTP)’ 65개사 중 하나로 지난해 11월 선정된 것이었다. KTP는 국내에서 고품질 전력 공급을 뒷받침하고 있는 우수한 협력 중소기업에 대해 한전이 감사와 영예의 표시를 국제적으로 공표하고 해외 바이어에게 추천하는 제도다. KTP에 선정된 중소기업은 해외에서 명함이나 제품소개서 등에 KTP 표시를 부착할 수 있고, 한전의 각종 수출지원 사업에 우선 참여가 가능해진다.

A사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던 해외 바이어들은 KTP 선정 이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브랜드 신용도가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해외 시장에서 이 같은 한전의 브랜드 공유 제도는 A사에게 말 그대로 가뭄의 단비였다.

한전은 한 발 더 나아가 KTP로 선정된 중소기업의 해외 마케팅을 아예 현지에서 직접 돕기로 했다. 현지 시장정보 제공뿐 아니라 통역을 비롯한 전문인력과 임시 사무공간까지 지원하며 중소기업의 해외지사 역할을 하는 이른바 ‘베이스캠프’를 공공기관 최초로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기존 한전 해외지사에 전담 인력이 관리하는 중소기업 제품 홍보관도 별도로 만들었다.

덕분에 A사는 동남아 시장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필리핀 마닐라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베트남 하노이의 중소기업 상설 홍보관에 자사 제품을 전시하게 됐다. 현물을 보여달라는 바이어의 요구에 언제든지 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신감이 붙은 A사는 이제 동남아를 넘어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꿈꾸고 있다.

이들 사업은 한전이 동반성장 정책의 목표를 올해 초부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소(强小) 중소기업 육성’으로 확대한 데 따른 사업이다. 특히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게 한전의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수출 보증을 해주는 KTP는 한전이 국내 공기업 최초로 도입해 업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제주도에서 열린 ‘제20차 동아시아 서태평양 전력산업 컨퍼런스’에선 KTP 기업들이 자사의 신기술과 우수 성과물 등을 국내외 전력산업 관계자들에게 직접 홍보하기도 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 혁신이 필수다. 기술 수준이 높은 특화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이 자금이나 인력 부족 등으로 연구개발(R&D) 여력이 충분치 않다. 예를 들어 H사는 최근 에너지업계의 화두인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력망의 오차시험기 관련 기술을 어느 정도 확보했지만,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R&D)를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한전은 이런 중소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산학연 협업 연구과제를 연간 15건 이상 발굴하고 있다. 최근에는 과제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이 현금을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규정을 없앴고, 한전이 지원하는 금액도 과제당 10억원으로 올렸다. R&D의 시의성을 확보하기 위해 과제 선정 절차도 단순화했다. 그 결과 올해 연구과제 건수와 지원 금액이 지난해보다 각각 36%, 70% 이상 증가해 18개 기업과 R&D 협약을 맺고 총 39억원을 지원했다. H사 역시 250킬로와트(㎾)ㆍ1메가와트(MWh) 용량 ESS 개발, 대용량 휴대용 복합오차시험기 개발 과제에 선정돼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달 이전을 앞두고 있는 한전의 전남 나주 신사옥에도 중소기업을 위한 홍보관이 개설된다. 한전 측은 “고도화한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중소기업 비즈니스 플라자도 함께 구축할 계획”이라며 “동반성장 제도를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교류의 장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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