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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고서축제 日 간다진보초엔 무슨 매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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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고서축제 日 간다진보초엔 무슨 매력이

입력
2014.10.3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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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로변 150개 고서점과 나란히 120개 간이부스 500m나 펼쳐져

1979년 발간 철도시간표 판매 등 다양한 서적 30~50% 할인 판매

간다고서축제에서 책을 고르는 도쿄 시민들.
간다고서축제에서 책을 고르는 도쿄 시민들.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에 밀려 독서 인구가 감소하면서 출판, 서점업계가 불황을 맞고 있다는 사실은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실이다. 하지만 지금 일본 도쿄의 고서점 밀집지역 간다진보초(神田神保町)를 방문하면 이런 추세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독서 열풍이 뜨거운 현장을 체험할 수 있다. 25일부터 11월 3일까지 개최중인 간다고서축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올해 55년째를 맞는 이 행사는 일본, 아니 세계 최대규모의 고서축제다. 이 일대 150여 고서점에서 준비한 100만여권의 책을 평소보다 30~50% 저렴하게 판매한다. 11월 1~3일 행사장 인근에서는 기존 출판사들이 올해로 24회째를 맞는 진보초 북페스티벌을 마련, 대량의 새 책도 싼값에 방출한다. 축제 기간 방문객만 40만명으로, 인근 음식점과 쇼핑 센터 등의 매출도 덩달아 뛰면서 지역경제를 살리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27일 낮 사코다 료스케(59) 간다고서점연맹 회장의 안내로 둘러본 고서축제 현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야스쿠니 대로변을 따라 자리잡은 고서점과 나란히 500m 구간에 120여개의 간이 부스에서 다양한 책들이 전시돼있었다.

도쿄 시민 등이 지난 25일부터 도심 간다진보초 거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55회 간다고서축제를 찾아 전시된 책들을 살펴보고 있다.
도쿄 시민 등이 지난 25일부터 도심 간다진보초 거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55회 간다고서축제를 찾아 전시된 책들을 살펴보고 있다.

한 부스에서 1979년 발간된 철도시간표를 판매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정보 가치도 없는 이런 책을 누가 사냐고 판매원에게 물었더니 “일본에는 철도 마니아들이 많아 의외로 찾는 이가 많다”며 "19세기 말 메이지 시대에 제작된 시간표는 최소 30만엔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장갑을 낀 채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책을 고르는 사람도 있었다. 시즈오카에 거주하는 30대 회사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영화 포스터를 모으는 것이 취미로 현재 1,000여장을 가지고 있다”며 “축제 기간에는 평소보다 절반 값에 포스터를 구입할 수 있어 일부러 왔다”고 말했다.

사코다 회장은 “화상 매체에 익숙한 세대가 늘어난 탓인지 글만 적힌 책보다는 그림이 같이 있는 책을 구매하려는 손님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전했다. 사코다 회장은 18세에 이 지역 고서점에 취직해 14년간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1987년 독립, 현재 근현대 문학을 주로 취급하는 게야키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 지역 고서점업계의 산증인이다.

이 지역에 고서점이 밀집하게 된 역사는 메이지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그는 설명했다. 도쿠가와 막부 말기 간다진보초일대는 다이묘(봉건영주)가 거주지였지만, 메이지유신과 함께 일대가 정부에 귀속됐다. 일본 정부는 이 곳에 법률관련 대학을 한데 모았다. 지금도 있는 메이지대학이 대표적이고, 도쿄대 법대도 지금 캠퍼스로 이전하기 전까지는 진보초에 자리잡고 있었다. 대학이 생기니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가 들어섰고, 이들 서적을 거래하는 고서점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간다고서축제에서 책을 고르는 도쿄 시민들.
간다고서축제에서 책을 고르는 도쿄 시민들.

독서 인구가 줄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진보초 일대에 들어선 고서점이 지금 역대 최대 규모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사코다 회장은 “인근 도쿄도서회관에서는 전국 고서상이 가지고 온 책을 교환하는 도서교환회가 자주 열린다”며 “아무래도 주변에서 고서점을 경영하는 것이 원하는 책을 구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열린 도서교환회에서는 독일 철학자 헤겔의 친필이 들어있는 책이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코다 회장은 “책 상태가 좋다면 가격은 수십만 엔은 족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코다 회장이 경영하는 서점에서도 귀한 책이 수 차례 거래된 적이 있다. 그는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다자이 오사무의 초기작 ‘만년(晩年)’의 초판이라면 상태가 좋을 경우 40만~50만엔, 표지까지 깨끗하게 보관된 책은 300만엔에 거래된다”며 “이마저 손에 넣기 무섭게 금세 팔려 나간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고상한 책들만 판매되는 것은 아니다. 고서점가에서 한 블록 골목으로 들어가면 그라비아 모델의 사진집, 성인물 비디오나 CD 등도 쉽게 접할 수 있다. 1960, 70년대 유행했던 장난감이나 애니메이션 관련 서적 등을 판매하는 ‘오타쿠’를 위한 고서점도 의외로 많다. 고서점 관계자는 “간다진보초 고서점에 오면 상류문화는 물론 하위문화까지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다양한 서적을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이 서점거리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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