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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사태 이후 보호장치 사라진 승자독식 사회… 부당함을 숙명처럼 받아들여

입력
2014.10.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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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부당함에 익숙해 져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무한경쟁, 승자독식, 청년실업 등이 본격화된 1997년 외환위기의 여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기형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현재의 젊은이들은 외환위기 이후 15년 가까이 승자독식이 당연한 사회에 내몰렸다”며 “기본적인 보호장치가 결여된 현실 속에서 부당함을 숙명처럼 받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현실인식은 자기계발서 열풍과 똑같은 논리구조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며 “두 현상 모두 ‘스스로 알아서 헤쳐나가야 한다’는 사회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부당함을 참아야 하는 분위기가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변형된 '스톡홀름 신드롬'도 나타나고 있다. 스톡홀름신드롬이란 1974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발생한 인질사건에서, 인질이 자신을 구출하려는 경찰보다 오히려 인질범에 동조한 사건에서 유래된 말이다. 직장에서도 ‘을’이 되레 ‘갑’의 논리에 동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기본적으로 잘못된 학습의 결과물”이라며 “인권침해 또는 노동착취를 오랫동안 관행처럼 여기다 보니, 비뚤어진 노사관계가 정상적이고 현실적인 것처럼 여겨지고 정당한 관계가 오히려 비정상적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부당함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더딜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관행이란 이름으로 부당한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턴의 경우 학생들이 부당한 대우를 감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기업은 이들에게 굳이 정당한 대접을 해주려 하지 않는다”며 “이런 구조 속에서는 잘못된 관행을 고치려는 노력보다 오히려 ‘갑’이 돼야겠다는 생각만 공고해진다”고 말했다. 이기형 교수 역시 “분명히 개선을 요구해야 하는 문제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를 충분히 성찰하려는 노력과 사회적 토양이 결여돼 있다”며 “그러다 보니 ‘갑’으로부터의 화답은 아예 기대조차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예가 되라고 강요하는 사회, 스스로 노예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사회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현택수 원장은 “이 같은 사회분위기 속에서는 앞으로 노동약자에 대한 기업의 착취가 점차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궁극적으로 사회불평등 구조 역시 더욱 심화되는 결과를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연다혜 인턴기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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