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용산참사’ 당시 남일당 옥상의 철거민 망루를 촬영한 노순택의 사진 ‘남일당디자인올림픽’이 벽에 걸려있다. 사진 옆에는 작은 서랍이 놓여 있다. ‘시크릿 박스’라고 써 붙인 서랍 안의 쪽지에는 1988년 도시미관개선사업의 대상이었던 서울 사당동ㆍ목동ㆍ상계동, 2010년 홍익대 근처 작은 식당 ‘두리반’, 올해 경남 밀양시 고압송전탑 건설현장 등 강제철거 대상이 된 장소를 조명한 짧은 글이 담겨 있다. 예술커뮤니티 아뜰리에 오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함께 개최하는 ‘시크릿 액션’ 전시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11월 3일까지 열린다.
원래 ‘시크릿 액션’은 사회문제를 고민하는 예술가들이 모여 여는 좌담회의 이름이다. 이 좌담회는 인권, 소년병, 성소수자, 개발로 인한 강제퇴거 등 ‘이야기하는 것 자체만으로 비밀임을 강요당하는’ 사회 주제를 놓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일종의 워크숍이다. 이번에 진행되는 전시는 이들 네 가지 주제에 대해 고민해온 작가 18팀의 응답이다.
전시장에 배치된 ‘시크릿 박스’에는 좌담회를 위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직원이 작성한 발제문이 그대로 들어있다. 전시장 1층에는 좌담회 녹취록 ‘액션 리포트’가 전시돼 있다. 관객은 이를 통해 작가들의 생각을 짐작하면서 자신의 앎과 생각을 확장할 수 있다.
아뜰리에 오를 이끌고 있는 음악가 하림은 “’시크릿 액션’은 예술가를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을 전후해 젊은 예술가들이 사회적 메시지를 작품으로 풀어내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시크릿 액션’을 통해 작가와 관객이 국내외 인권 이슈를 접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11월 2일 오후 5시 전시장에 다시 모여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각자의 생각을 밝히고 토론한다. 이들이 공개적인 공간에서 처음으로 여는 좌담회이자 인권에 관한 주제를 예술 작품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자리다. 좌담회에 앞서 하림과 양양의 공연도 예정돼 있다. 사회문제를 고민하는 예술가들과 관객들이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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