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장환경은 규모의 경제만을 추구하던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로부터 선택 받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로 변화했다. 소비자들의 트렌드가 다양화했고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 중에서 더 개성화된 선택이 이뤄지고 있다. 가치와 만족도가 높은 제품에는 과감히 투자하는 ‘가치소비’와 감성을 중시하는 ‘감성소비’가 확산됐다. 개성과 감성을 중시하는 시장 변화는 고객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고 기업의 영구 자산이 될 수 있는 ‘캐릭터마케팅’ 도입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캐릭터가 지닌 ‘귀여움’과 ‘재미’로 기업이 전달하고자 하는 편익을 마음껏 이야기하면서 마케팅 성과를 창출한 사례가 늘고 있다. 좋은(Good)과 기름(Oil)의 합성어인 에스-오일의 ‘구도일’, 희고 통통한 몸매와 타이어 모양의 귀가 특징인 금호타이어의 ‘또로’, 변신자동차 또봇애니메이션을 활용한 기아자동차의 ‘또봇’, 자사 모델을 기반으로 만든 현대자동차의 ‘헬로카봇’, 캐릭터를 차량 전면에 내세운 KT금호렌터카의 ‘뽀로로’와 ‘타요’ 등이 그런 예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기업과 다양한 분야에서 캐릭터마케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데 농산물판매에서는 이런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농산물판매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나와야 한다. 감성적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과거의 생산ㆍ판매 지향적인 마케팅이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 시장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마케팅, 즉 캐릭터마케팅이 절실히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농산물 판매확대의 일환으로 과일ㆍ채소의 상자나 포장지에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포도주 산지인 야마나시현의 ‘후루츠 야마나시농협’에서는 TV애니메이션과 협력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 포도 판매량을 크게 늘렸다. 하얀 쌀밥이 가득 담겨있는 밥공기를 예쁜 강아지로 표현한 ‘고항자완’이라는 캐릭터는 일본 내에서 쌀과 밥에 관련된 모든 행사나 책자ㆍ홍보물 등에 등장, 어린이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친밀감을 높여 일본 국민의 쌀밥캐릭터로 성장했다.
우리도 농산물의 판매촉진과 수출확대를 위해 캐릭터마케팅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우선,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가고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캐릭터를 선정해야 한다. 디자인이나 메시지 등이 판매농산물의 편익과 잘 호응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창조성이 요구된다. 농산물이 생산지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콘텐츠 투어리즘(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의 콘텐츠나 캐릭터를 통해 알려진 지역을 관광자원으로 활용)을 연계한 캐릭터를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둘째는 농산물캐릭터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다. 캐릭터를 개발하고 노출하는 데만 그칠 경우 생명력은 애니메이션이나 콘텐츠의 캐릭터와는 달리 금세 시들고 말 것이다. 과거에 만들어진 캐릭터들은 ‘참신하지 않거나 낡았다’는 이유로 버려지기 십상이다. 시대감각에 맞도록 본래의 캐릭터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적절한 변화를 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셋째, 농산물캐릭터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캐릭터마케팅의 성공여부는 판매농산물과 연계된 캐릭터의 인지도에 따라 좌우된다. 각종 지역행사에서 캐릭터를 적극 홍보하고, 해외를 포함한 전국 농산물 소비지에서 캐릭터 인지도 제고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야 한다.
넷째, 지자체 등 지역유관단체와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농산물은 지역의 산지유통조직이나 작목반 위주로 생산과 판매노력이 이뤄지기 때문에 지역농산물의 소비확대를 위해서는 지자체 및 관련단체에서 농산물캐릭터에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농산물시장에서 캐릭터마케팅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선행돼야 할 것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고품질의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것이다. 높은 창조성을 가지고 태어난 농산물캐릭터라 할지라도 판매되는 농산물에 대한 신뢰가 깨진다면 그 캐릭터는 부질없는 노력에 지나지 않는다. 매우 열악한 농업ㆍ농촌의 현실에서 농산물 캐릭터마케팅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
최현구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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