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행사서 호명 순서 변화...당 우위 국정운영 선회 관측
북한 매체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며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군부 2인자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보다 먼저 호명했다. 지난 4월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나며 황병서에게 2인자 자리를 내줬던 최룡해가 6개월 만에 2인자에 복귀한 것으로‘김정은식 2인자 길들이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김정은의 평양‘5월1일 경기장’준공식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며 시찰에 최룡해 당비서,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태복 당비서 등이 동행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가 공식행사에서 최룡해를 황병서보다 먼저 호명한 것은 지난 4월 최룡해가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난 이후 처음으로 사실상 그가 2인자에 복귀한 사실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일 북한 권력실세 3인방의 깜짝 방문 당시만해도 최룡해는 황병서에게 상석을 내주는 등 깍듯하게 대해 황병서와 최룡해 간 서열이 확고부동한 것처럼 보였다.
중앙통신은 또 최룡해를“조선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라고 소개해 김정은 정권 내에서 그가 독보적 위치에 있음을 보여줬다.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전원회의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 당의 모든 사업을 지도하는 핵심 권력기관으로 상무위원은 김정은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세 명뿐이지만 지난 4월 최룡해가 2인자에서 밀려나면서 상무위원 자리도 내줬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김일성 주석의 혁명동지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로 대표적 혁명 2세대 인사로 꼽히는 최룡해는 군 출신이 아니면서도 총정치국장을 맡는 등 김정은 정권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지난 4월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나면서 권력에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김정은이 41일만의 칩거를 끝낸 이후 모든 현지시찰에 빠짐 없이 등장하고 26일 현지지도 때는 김기남 당 비서보다 먼저 호명되는 등 최근 들어 그의 높아진 위상이 눈에 띄었다. 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의 군부대식당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며 최룡해를 박봉주 내각총리보다 먼저 호명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겸직한 당의 핵심인 조직담당 비서에 오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룡해가 6개월 만에 2인자 자리에 복귀한 것을 두고 틈만 나면 2인자를 돌려 막는 김정은식 ‘2인자 길들이기’가 시작됐다는 분석과 함께 군복을 벗은 최룡해가 황병서 총정치국장보다 높은 위상을 과시한 것은 김정은 시대 두드러진 당 우위의 국정운영을 보여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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