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살포 하든지...회담하든지"
北, 양자택일 요구 통지문에 통일부 "부당한 요구 수용 못해"

대북전단 살포를 놓고 남북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팽팽히 맞서면서 정부가 제안한 30일 2차 남북 고위급접촉이 끝내 무산됐다. 양측이 앞으로도 입장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기싸움을 예고함에 따라 당분간 2차 고위급접촉을 포함한 남북 대화 자체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9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국방위원회 서기실 명의의 통지문을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보내 “남측은 법적 근거를 들어 삐라 살포를 방임하고 있다”며 “고위급접촉을 개최하겠는지, 삐라 살포에 계속 매달리겠는지는 남측의 책임적인 선택에 달려있다”고 양자택일을 요구했다. 북한은 “남측은 관계개선의 전제, 대화의 전제인 분위기 마련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2차 고위급접촉을 무산시키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통일부도 즉각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민간단체의 전단살포는 우리 체제 특성상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며 “북한의 태도로 남북 합의에 따라 우리 측이 제의한 10월 30일 고위급접촉 개최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남북간 대화를 통해 현안을 해결해 나간다는 것이 우리 측의 일관된 입장이나 부당한 요구까지 수용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북한의 통지문은 전날 정부가 “내일(29일)까지‘30일 고위급접촉 제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최후통첩한 데 대한 답신 성격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대화 전제조건으로 내걸며 ‘30일 2차 고위급접촉’을 거부함에 따라 지난 4일 북한 권력실세 3인방의 깜짝 방문으로 ‘10월말~11월초’에 열기로 합의한 2차 고위급접촉 자체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고지도자를 절대화하는 북한에서 대북전단 살포는 체제 자체를 건드리는 불순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을 금기시하는 만큼 전단 살포 문제를 이번에 확실히 짚고 넘어가려고 할 것”이라며“북한은 체제와 최고 존엄 문제를 최고 가치로 여기고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는 등 서로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회담이 열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의 입장도 확고하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30일 개최는 무산됐지만 10월 말에서 11월초 사이 고위급 접촉을 열기로 한 합의사항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놓았지만 “북측에 날짜를 제의하거나 전통문을 보내는 추가 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장외 여론전에 밀려 북한의 요구를 하나 둘씩 들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국방부와 김포시가 최근 애기봉 등탑을 철거한 자리에 54m이상 높이의 새 전망대를 세우고 대북 선전용 디지털 전광판도 설치한다는 계획이어서 북한의 반발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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