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멀과 하드코어 합친 신조어, 심플함 속에 자연스런 멋 추구
스웨트셔츠+청바지+스니커즈, 올 가을 놈코어의 대표적인 룩
2015 S/S 서울패션위크서도 강세, 내년 봄ㆍ여름까지 유행 전망
“평범함 속에 멋과 스타일이 있다.”
올해 가을과 겨울 패션계의 화두는 평범함이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최근 온라인과 매거진에는 ‘놈코어(Normcore) 룩’이 연일 등장하고 있다. ‘놈코어’는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의 트렌드 예측 그룹인 케이홀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일반적인’이라는 의미의 ‘노멀(normal)'과 ‘핵심의’ 혹은 ‘절대적인’이라는 뜻을 지닌 ‘하드코어(hardcore)’를 합친 신조어다. 패션계는 놈코어 스타일에 대해 편하면서도 심플하고 쉬운 패션으로 세련미를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하면서 놈코어 스타일이 2015년 여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명품 & SPA 브랜드, 꾸민 듯 안 꾸민 듯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배우 조인성과 공효진이 놈코어 룩을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공효진은 플레어 롱 스커트 위에 블라우스와 니트를 매치했으며 조인성은 블랙 수트에 캐시미어 터틀넥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멋을 부린 것 같으면서도 옷차림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듯한 편안한 분위기가 한껏 돋보인 패션이었다.
해외 패션 브랜드 역시 이번 가을부터 놈코어 룩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몸을 감싸는 안락한 느낌의 니트 웨어 등 한층 고급스럽고 정제된 스타일로 업그레이드된 놈코어 룩이 대거 늘어났다. 해외 브랜드 샤넬과 셀린느, 마크 제이콥스, 스텔라 매카트니 등은 니트 소재의 탑과 팬츠, 원피스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니트의 편안함을 추구하고 있다. 스웨트셔츠나 울 팬츠, 캐시미어 터틀넥, 미니멀한 원피스 등도 놈코어 스타일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놈코어 스타일이 확산되면서, 이제껏 여성이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필수 아이템으로 꼽았던 스키니 진이나 H 라인 스커트와 이별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 듯하다.
놈코어 패션은 드러나는 라인을 살리기보다 편안함 속에 자연스러운 멋을 강조하는 게 핵심이다. 예를 들면 넉넉한 스웨트셔츠에 청바지를 매치해 스니커즈로 마무리하면 놈코어의 룩을 완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놈코어를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패션 브랜드 마르니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윤진씨는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놈코어를 보여주고 싶으면 블랙이나 그레이 슬랙스, 또는 발목까지 오는 와이드 팬츠가 좋다”며 “여기에 화이트 스니커즈를 함께 착용하면 편안하면서도 트렌디한 멋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H&M, 유니클로, 에잇세컨즈 등 제조유통일괄형의류(SPA) 브랜드들도 니트 소재 및 넉넉한 느낌의 셔츠와 팬츠 등에 비중을 두고 있다. 20, 30대 젊은 층에서부터 50대 이상 중ㆍ장년층이 거부감 없이 옷을 고를 수 있는 SPA 브랜드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에잇세컨즈는 직장인들도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한다는 점에 착안해 올해 초부터 캐주얼한 비즈니스 라인을 전체 상품 구성 대비 40% 이상으로 확대했다. 자연스러운 스타일이 각광받고 있는 셈이다.
하이힐 벗어 던지고 매니시 슈즈로
날이 쌀쌀해지면서 올 여름 유행하던 7㎝ 이상 높이의 하이힐을 벗어 던진 여성이 늘고 있다. 놈코어 스타일의 확산으로 높은 굽의 신발이 캐주얼화로 바뀌면서 발이 한결 편해졌다. 킬 힐의 아찔함을 뽐내며 각선미를 드러내던 멋쟁이 여성들이 이제 굽 낮은 옥스퍼드 슈즈나 로퍼 등 중성적 매력의 매니시(mannishㆍ남자 같은) 슈즈로 바꿔 신고 있는 것이다.
매니시 슈즈 가운데서도 앞 코가 둥그렇고 다소 투박한 디자인이 매력적인 더비 슈즈는 남성이 신는 구두와 생김새가 비슷해 ‘톰보이 룩’을 연출하기에 제격이다. 광택이 있는 에나멜 소재에 골드 메탈로 포인트를 준 마르니사의 제품에서는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멋이 전해진다. 신발 브랜드 맥큐 측은 “더비 슈즈는 발에 꼭 맞게 신으면 더 귀여운 느낌을 줄 수 있다”며 “스웨트셔츠와 밑단을 접어 올린 팬츠를 입고 더비 슈즈로 포인트를 주면 센스 있는 연출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성적인 매력의 더비 슈즈뿐 아니라 운동화에 통 굽을 단듯한 청키힐도 이번 가을과 겨울의 유행 아이템이다. 최근에는 검정이나 갈색 등 어두운 색감에서 벗어나 민트나 핑크 등 화사한 색상에 스타일을 과감하게 한 제품이 돋보인다. 정장 수트를 입고 청키힐을 신으면 특색 있는 차림이 완성된다. 편안하면서도 개성 있는 디자인의 청키힐이 포인트가 되는 셈이다.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는 보너스.
심플한 디자인의 로퍼도 놈코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올해 여름에는 앞 코가 짧고 둥근 스타일의 로퍼가 유행했지만 지금은 뾰족한 앞 코에 보석 장식을 가미한 화려한 로퍼가 많아졌다. 모노톤의 심플한 룩과 매치하면 눈을 즐겁게 하고, 패턴이 가미된 의상이나 형형색색의 컬러가 있는 의상과 매치하면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내년에도 놈코어 열풍 이어질 듯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17~22일 열린 ‘2015 S/S 서울패션위크’에서도 편하고 심플한 디자인이 강세였다.
디자이너 김석원과 윤원정의 패션 브랜드 앤디앤뎁은 점프 수트(상의와 팬츠가 하나로 연결된 의상)와 맥시드레스, 점퍼 등 쉽게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이국적인 패턴을 강조하며 휴양지에서 입을 법한 드레스와 아우터로 힘을 준 제품도 많았다. 미니 원피스지만 허리 라인부터 아랫단까지 부풀려 넉넉하게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하거나 통 넓은 팬츠로 실용적이고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했다. 모델들은 하나같이 청키힐로 경쾌하면서도 편안한 룩을 선보였다.
박승건 디자이너의 패션 브랜드 푸시버튼도 여성의 신체 라인에 치중하기보다 현대적이고 심플한 멋을 보여주는데 주력했다. 니트 셔츠와 매치한 과감한 패턴의 A라인 롱 스커트, 블루톤으로 빈티지한 느낌을 주는 재킷과 앞 트임의 롱 스커트는 부담스럽지 않고 경쾌했다. 더비 슈즈나 로퍼, 플랫슈즈의 멋을 더함으로써 놈코어 스타일이 내년 봄에도 대세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곽현주 디자이너는 이번 패션위크에서 타이트한 멋과 넉넉한 실루엣을 동시에 선보였다. 민트와 라벤더, 블루 등 은은한 파스텔 톤의 면 티셔츠나 니트, 트위드 소재의 재킷 등이 포근하면서도 안락한 멋을 풍겼다. 여성미를 강조하려는 듯 과하게 파인 실루엣보다 차분하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냈다. 티셔츠와 짧은 바지, 중절모의 일종인 페도라를 걸치면 개성있는 스타일이 완성될 수 있다.
서울패션위크의 관계자는 “롱 스커트나 통이 넓은 와이드 팬츠 등 쉽고 편하게 연출할 수 있는 놈코어 룩이 내년 여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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