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장관 사퇴 주장에 본보기 해석도

중국이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의 사퇴를 주장하는 등 중앙 정부와 반대되는 입장을 밝힌 톈베이쥔(田北俊ㆍ사진) 홍콩 자유당 당수의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위원 자격을 전격 박탈했다. 최근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결정된 ‘의법치국’(依法治國)이 어떤 식으로 구현되는 지 보여준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국정치협상회의 12기 전국위원회 상무위원회 제8차 회의가 29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려 톈 위원의 자격을 취소하는 것에 관한 결정을 통과시켰다고 중국신문망이 전했다.
홍콩 성도일보(星島日報)에 따르면 톈 주석은 지난주 “렁 장관은 현재의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응당 사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와 함께 렁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한 달 넘게 시위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렁 장관의 양보를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중앙 정부는 초지일관 렁 장관을 지지해 온 터라,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는 대목이다. 톈 주석의 동생 톈천청(田辰稱) 홍콩 신민당 부주석은 “형은 실제로 렁 장관의 사퇴를 요구한 게 아니라 사퇴를 고려하길 바란다고 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톈 주석의 언급은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지난 3월 홍콩 행정장관의 법에 따른 정책 시행을 지지한 결의도 스스로 위반했다는 게 정협 측의 설명이다.
18기4중전회에서도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한 만큼 중앙 정부가 본보기를 보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회의는 특히 특별행정구 행정장관 및 정부가 법에 따라 실시하는 정책들을 지지하고, 중앙 정부가 법에 따라 권력을 행사할 것을 주문했다. 나아가 외부 세력이 홍콩 및 마카오와 관련된 일에 간섭하는 것을 반대하고 예방할 것을 강조했다.
1947년 상하이(上海)에서 태어난 톈 주석은 미국에서 화학공정 석사학위를 받은 뒤 홍콩 여행발전국 주석을 지냈다. 전국정협 제10기 위원으로 뽑힌 뒤 두 차례나 연임됐다. 2012년엔 자유당을 대표해서 홍콩 입법회(우리의 국회) 선거에 나서 당선됐다. 그는 또 완타이(萬泰)그룹 주석직도 맡고 있어, 보유 자산이 20억 홍콩달러(약 2,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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