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하루에만 3명의 피고인에게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세월호 선장 이준석과 재력가를 청부살해한 전 서울시 의원 김형식, 울산 여대생 ‘묻지마’ 살해범 장모씨. 국민참여재판을 받은 김씨에게는 바로 무기징역이 선고됐고, 나머지는 각각 내달 11일, 21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30일에는 역시 사형이 구형된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 주범 이모 병장의 선고공판이 열린다.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검찰의 사형 구형이 부쩍 늘어난 착잡한 현실 앞에서 ‘사형은 필요악인가’라는 묵은 난제를 떠올리게 된다.
▦ 현재 법적으로 사형을 폐지한 나라는 98개국, 사형제도는 있지만 10년 이상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42개국이다. 한국도 1997년 12월 30일 23명을 처형한 이후 사형 집행이 끊겨 ‘사실상 폐지국’으로 분류되며, 현재 미집행 사형수는 58명이다. 올 봄 방영된 드라마 ‘신의 선물-14일’에는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대통령이 국면전환을 노려 사형 집행을 결정하는 장면이 나온다.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일각의 사형 집행 요구도 뒤따르지만 17년째 지속된 ‘사형 집행 잠정중단’을 뒤집는 극단적 상황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 사형제 존폐 논쟁의 주된 쟁점은 범죄예방 효과와 국민의 법 감정이다. 사실 전자는 학계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사형제에 대해 “범죄예방효과가 클 것으로 ‘추정’된다”며 두 번째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한 반론이라곤 ‘반대 주장 역시 가설 수준’이라는 정도였다. 결국 남는 것은 국민의 법 감정이다. 최근 온 국민을 경악케 한 몇몇 사건에서 검찰이 뒤늦게 살인죄를 적용하고 사형을 구형한 데도 들끓는 여론의 힘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 억울한 죽음을 또 다른 죽음으로 갚는 것이 진정한 사법정의일까. 각자의 주장을 펴기 전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지난 10일 ‘세계 사형폐지의 날’을 맞아 낸 성명을 한번 읽어 보자. “누구도 ‘네 부모 혹은 자식이 범죄로 그렇게 죽었어도 사형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런 참혹한 질문을 가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에 있다.”
이희정 논설위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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