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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록'과 '가사'로 보는 신해철의 음악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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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록'과 '가사'로 보는 신해철의 음악인생

입력
2014.10.2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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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숨진 故 신해철의 빈소가 28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발인은 31일 장지는 미정. 연합뉴스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숨진 故 신해철의 빈소가 28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발인은 31일 장지는 미정. 연합뉴스

"원맨 아카펠라 음악을 만들기 위해 1,000개 이상의 트랙에 녹음을 했어요.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죠. 악기 소리를 일일히 목소리로 구현하다보니 입술이 탱탱 붓거나 노래하다가 입 안쪽이 터지기도 했어요"

지난 6월 기자와 만난 가수 신해철은 내내 음악 얘기를 하며 눈을 빛냈다. 올 가을 '넥스트 유나이티드' 활동과 콘서트 계획을 밝힐 때는 아이처럼 설레는 표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음악인생 26년, 이룬 것만큼 이룰 것이 많은 뮤지션이었다.

신해철은 그 어떤 가수보다도 사회적,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는 생전 미선·효선이의 추모곡을 만들고 "국회 역시 19금"이라는 폭탄발언을 던졌다. 뚜렷한 가치관으로 많은 명언을 남겨 '신해철의 쾌변독설' 서적까지 출간했다.

그의 가치관은 음악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때로는 '촌철살인' 독설가로, 때로는 가족을 사랑하는 가장의 모습으로 그는 노래했다. 신해철의 라이브를 들을 수 없게 된 지금, 그의 철학이 깃든 노래와 어록을 통해 추억을 더듬어봤다.

1.청춘들의 우상으로…1988~1990년대 무한궤도

그야말로 혜성의 등장이었다. 1988년 대학가요제, 장시간의 심사로 지쳐버린 심사위원 조용필의 귀에 화려한 신디사이저의 멜로디가 꽂혔다. 신해철은 발라드와 포크송이 주를 이루던 대회장에서 파격적인 미디음악으로 단숨에 대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무한궤도는 1집을 발표하고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거듭났다. 이 앨범을 통해 신해철은 꿈꾸고 방황하는 많은 청춘들을 다독였다.

●어록:"청소년기나 청년기의 부정적인 생각들, 시니컬하게 보고 기성세대를 깔보는 게 없다면 세상 자체가 멸망할거라고 본다" (2014년 7월 1일 네이버 '스타 타임라인' 인터뷰에서)

●가사: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회 없노라고 (무한궤도 1집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中)

2.1990~1992년대 솔로음반 성공…아이돌 가수로 전성기

무한궤도 해체 후 솔로로 전향한 신해철은 서정적인 발라드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를 발표했다. 그는 데뷔 초 대중의 공감을 살 만한 부드러운 곡들로 주류 음악의 정상에 섰다. 서태지보다 먼저 영어 랩을 시도한 1집 '안녕'과 2집 앨범 타이틀곡 '재즈카페' 역시 히트했다. 하지만 아이돌가수로 성공가도를 달리면서도 그는 록 정신을 잊지 않았다. 오르락내리락 요동치는 인기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다. 솔로가수로 전성기에 올라서자 신해철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과감히 록밴드를 결성하게 된다.

●어록: "흔히 꿈은 이뤄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 있고 또한 그 꿈이 행복과 직결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네가 무슨 꿈을 이루는 지 신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행복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엄청난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니 '꿈을 이룬다'는 성공의 결과보다는 자신의 행복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2014년 7월 JTBC '비정상회담'에서)

●가사: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 구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돈, 큰 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나만 혼자 뒤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는 걸까/ 가끔씩은 불안한 맘도 없진 않지만/ 걱정스런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친구여, 우린 결국 같은 곳으로 가고 있는데 (신해철 2집 '나에게 쓰는 편지' 中)

3. 자아성찰·세태비판…1992~1997년대 '록의 아이콘' 넥스트

넥스트 활동 초반 신해철은 '나는 남들과 다르다' '이중인격자' '해에게서 소년에게' 등을 통해 자아를 성찰하고 세태를 비판했다. 프로그레시브 록 사운드를 추구한 탓에 대중적인 인기는 기존보다 줄었으나, 뮤지션으로서는 더욱 인정받았다. 그 당시 날선 철학을 메탈 음악에 녹여내 인정받은 가수는 그가 유일무이했다.

●어록: "고인(故 최진실)의 이름을 다시 언급해 마음 아픈 일이 다시 안 벌어졌으면 하지만 ‘연예인도 사람이구나’ 차원이 아니라 좀 더 넓은 차원에서 봤으면 한다. 부와 명성이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깨달음으로 전해져야 하는 측면이 있다. 한국사회를 이끄는 정신적인 이념이 없다. 천민 패러다임 아래서 정신없이 잘 먹고 잘살자는 이야기만 해왔다" (2008년 12월 MBC '100분 토론' 사이버 모욕죄에 대해 얘기하던 中)

●가사: 이젠 살아남는 게 목적인 시대는 갔다/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인 시대가 왔다/ 좌익 우익 중도 이데올로기는 쓰레기통에 갔다/ 불안한 사람들은 새로운 적을 찾아 헤맨다/ 어디로 가는가 얼만큼 왔는가 혹은 제자리인가/ 거꾸로 가는가 알기는 아는가 이게 뭔 소린가 (넥스트 3집 'Age Of No God' 中)

4. 1998~2009년대 '마왕' 신해철로 거듭나다

솔로 활동 재개, 3인조 그룹 비트겐슈타인 결성 등 다양하게 음악 활동을 벌이는 중에도 라디오 방송 '고스트스테이션'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높였다. 시원시원한 독설은 그에게 '마왕'이라는 별명까지 안겼다. 소신있는 행보는 라디오 밖에서도 이어졌다. 2002년 노무현 선거유세에 참여했으며 2003년 이라크전 파병반대운동에도 적극 나섰다. 대마초 합법화, 간통죄 폐지 등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토해냈다. 시간이 갈수록 그는 뮤지션을 넘어 한 시대의 논객으로 자리잡았다.

●어록: "사회적 발언을 하거나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게 다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와 사회와 음악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음악이 이상해진다" (2014년 7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 中 ▶관련기사 보기)

●가사: 꽃은 지고 달은 기울어 가네/ 아무런 인사도 남기지 않고/ 날은 가고 맘은 아물어 가네/ 산 사람 살아야 하는 거겠지/ 화를 내면 진다/ 눈물 흘리면 진다/ 웃지 못하면 티를 내면 진다/ 백번 천번을 고쳐 말해봐도/ 천번 만번 매일 져버리네 (2012년 추모앨범 '노무현을 노래하다' 수록곡 'Goodbye Mr.Trouble' 中)

5. 독설가의 사랑…2014년 6년만의 컴백 후

'마왕' 신해철도 가족에게만큼은 한없이 따뜻한 가장이었다. 갑상선암 투병 중인 아내와 결혼 후 두 자녀를 얻어 가족에 대한 의미는 그에게 더욱 남달랐을 터. 올해 발표한 앨범에서 그는 아내를 만나기 시작하던 때부터 무려 15년간 다듬어온 곡 '단 하나의 약속'을 공개했다.

●어록: "결혼 전 자살 충동 경향이 센 편이어서 조절하는 훈련이나 치료를 받았다. 아이들이 생기고부터는 너무 행복해서 저절로 치유가 됐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당신의 남편이 되고 싶다. 당신의 아들, 엄마, 오빠, 강아지 그 무엇으로도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 (2011년 7월 MBC 에브리원 '부부가 엉켜 사는 이야기: 부엉이' 가족에게 남기는 유언장 中)

●가사:다신 제발 아프지 말아요/ 내 소중한 사람아/ 그것만은 대신 해 줄 수도 없어/ 아프지 말아요/ 그거면 돼 난 너만 있으면 돼 (솔로 유작 앨범 수록곡 '단 하나의 약속' 中)

이소라기자 wtnsora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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