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원유 가격 배럴당 80달러
생산원가 수준 하락에 우려론 고개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적성국을 혼내주기 위해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유가 하락 추세가 미국 경제의 발등을 찍기 시작했다. 국제유가가 미국 셰일 원유의 생산원가 수준(배럴당 80달러)까지 내려가면서, 미국 경제도 유가하락의 긍정적 효과가 부정적 효과를 밑도는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미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이 최근 4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3.04달러/갤런ㆍ84센트(900원)/리터)까지 떨어지면서, 미국 경제에도 ‘저유가의 그림자’가 드리울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는 유가 하락이 소비자의 구매여력 확대로 이어져 경제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나, 더 이상 내려가면 경기 회복에 기여한 셰일 석유 열풍이 가라앉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유가(배럴당) 70~80달러에서 미국 경제가 역풍을 맞게 된 것은 최근의 유가하락을 주도한 셰일 석유의 채굴비용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기존 산유국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유지하면 미국의 기존 유전 가운데 흑자를 낼 수 있는 곳은 4%에 불과하다.
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가던 시절 앞다퉈 이뤄졌던 셰일석유에 대한 투자도 현재 유가 흐름이 이어지면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노스다코타와 유타 주 등지에서는 셰일가스 채굴 열기가 급랭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이들 업체에 채굴장비를 판매하던 업체도 신규고용 계획을 대폭 취소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주도하던 국제유가 흐름이 전통의 산유국인 사우디로 넘어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배럴당 채굴원가가 15달러에 불과한 사우디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국이 러시아, 이란처럼 ‘저유가의 덫’에 걸릴 지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래피단 컨설팅 그룹의 로버트 맥날리 회장은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감산으로 가격을 지지하던 게 과거 사우디 전략이었으나, 이번에는 잠재적 위협요소인 미국 셰일 석유업계를 손보기 위해 당분간 감산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맥날리 회장 예측이 맞는다면, 석유로 적을 압박하던 미국이 세계 최강 산유국의 매서운 맛을 보게 된 셈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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