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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공계생 63% “실험 데이터 조작 경험”… 보고서 표절도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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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공계생 63% “실험 데이터 조작 경험”… 보고서 표절도 만연

입력
2014.10.2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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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공계 학부생 절반 이상이 실험 데이터를 조작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과학인재 양성의 요람이 연구윤리 불감증에 빠진 셈이다. 황우석 교수 사태와 같은 논문조작 재발을 막으려면 연구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서울대 학내 월간지 ‘서울대 저널’에 따르면 이공계 학부생 63%가 ‘본인이 직접 혹은 가담해 실험 데이터를 임의로 가공하거나 실험을 거치지 않고 데이터를 지어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다른 학생이 데이터를 조작한 것을 봤거나 조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응답도 84%에 달했다. 이는 서울대 저널이 올해 6월 1~17일 공대, 자연대 등 이공계 학부생 9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데이터를 조작한 이유로는 75%가 ‘이론적 수치에 근접하게 만들어 보고서를 수월하게 쓰기 위해’라고 응답했다. ‘실험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라는 응답도 10%로 조사됐다.

보고서 표절도 만연했다. 해당 과목을 앞서 수강한 학생들의 보고서 중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을 ‘소스’라고 하는데, 응답자의 85%가 ‘소스를 받아본 적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중 44%는 ‘소스 내용 일부를 베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소스를 받았지만 참고한 적도 없다고 밝힌 학생은 4%에 불과했다.

문제는 학생들이 이런 행위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데이터 조작이 문제이지만 그다지 심각한 것은 아니다’는 학생이 65%에 달했고,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9%였다. 조작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한 학생은 25%에 그쳤다. 보고서 표절에 대해서도 ‘문제이긴 하지만 심각하지 않다’(51%), ‘별 문제가 아니다’(13%)라고 응답한 학생이 절반을 훌쩍 넘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학교는 연구윤리 교육을 등한시하고 있었다. 연구 및 실험윤리에 관해 ‘어떤 교육도 받은 적이 없다’는 학생이 54%나 됐다. ‘강의를 통해 교육을 받았다’는 학생은 7%뿐이었고, 39%는 실험 전 조교에게 간단히 교육을 받은 정도였다.

자연대 소속 조교 A씨는 “실험은 이론과 달라 모범답안대로 되는 것이 아닌데, 이를 실제로 경험하지 못하고 남의 것을 베낀다는 것은 심각한 연구윤리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과대 B교수는 “연구ㆍ실험윤리 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연구윤리 위반행위를 엄격하게 징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이공계 학부생이 들을 수 있는 연구윤리 관련 수업은 교양선택인 ‘진리탐구와 학문윤리’(3학점) 한 과목뿐이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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