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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협상 종착점… 수출 청신호·농산물 적신호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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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협상 종착점… 수출 청신호·농산물 적신호 동시에

입력
2014.10.2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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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29개월간 13차례 공식협상, 산업구조 유사해 진행 속도 더뎌

내달 베이징 APEC 정상회의서 "연내에 타결" 재확인할 듯

농업 가격경쟁력 일방적 열세, 농가 피해 최소화 대책 서둘러야

우태희(왼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과 왕셔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장조리가 지난 7월 14일 대구에서의 12차 공식협상에 앞서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수석대표회의에 참석해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우태희(왼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과 왕셔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장조리가 지난 7월 14일 대구에서의 12차 공식협상에 앞서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수석대표회의에 참석해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수입비중이 높은 화장품은 만성 무역적자 품목이었다. 적어도 올해 2월까지는 그랬지만 상황이 변했다. 3월에 1,296만 달러 흑자로 돌아선 이후 8월 말까지 사상 처음 6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우리의 제1 교역국 중국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늘어난 2억9,088만 달러 상당을 수입한 덕이다. 중국은 수입 화장품에 9∼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가 없어지거나 인하되면 화장품 수출은 한번 더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

양국의 미래를 건 승부수

반대로 한중 FTA가 타결되면 타격을 입을 품목들도 수두룩하지만, 자원이 빈약하고 국토가 좁은 우리가 살길은 FTA를 통한 수출밖에 없다는 게 산업계의 중론이다. ‘100년 후’를 쓴 세계적인 미래학자 조지 프리드먼도 이달 중순 한국을 찾아 “한국은 수출의존적인 국가이고, 중국에 수출을 가장 많이 한다. FTA는 한국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와 중국은 2012년 5월 2일 베이징(北京)에서 FTA 협상개시를 선언한 이후 현재까지 2년 5개월 넘게 양국을 오가며 13차례 공식협상을 벌였다. 전화 등을 통한 실무진들의 분야별 비공식 협상은 셀 수 없을 정도다.

한미 FTA의 경우 8번의 공식협상과 고위급협상, 통상장관 회의가 거의 한 달에 한번 꼴로 열리며 속전속결로 끝났다. 한미 FTA가 2006년 2월 워싱턴에서 협상 개시 발표 뒤 서명까지 14개월 걸린 것에 비하면 한중 FTA의 속도는 더디다.

느리고 여유 있는 중국 특유의 ‘만만디(慢慢的)’ 문화 탓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한중 FTA는 우리에게만 중요하고, 민감한 협상이 아니다. 중국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사안이다.

중국은 2003년 홍콩과의 첫 FTA를 시작으로 마카오 칠레 파키스탄 뉴질랜드 싱가포르 페루 코스타리카 대만 등과 12건의 FTA를 완료했다. 우리를 비롯해 호주, 노르웨이 등과 7건은 협상 중이다. 이중 제조업 위주인 산업구조가 유사하고, 상호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중국의 최대 수입국 자리를 차지한 한국은 중국에게도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다.

이런 중요성을 감안한 중국은 한중 FTA 협상에서 처음으로 22개 별도 장(章)을 채택했다. 22개 장은 24개 장으로 이뤄진 한미 FTA에 이어 우리에게도 역대 두번째 규모다. 한ㆍ유럽연합(EU) FTA는 이보다 적은 15개 장으로 마무리됐다.

치열한 한중 FTA 협상은 이제 종착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 7월 “연말까지 협상을 끝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양국 정상의 공동성명에 이어 이달 16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열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다시 한번 연내 타결 의지를 확인했다. 다음달 10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또 한 차례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 연내 타결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고 있다.

실(失)은 줄이고 득(得)을 키워라

한중 FTA가 타결되면 우리는 세계 3대 경제권(미국ㆍEUㆍ중국)과 동시에 FTA를 체결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가 된다. 산업계는 한중 FTA가 국내총생산(GDP) 증가와 고용측면에서 큰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한 반발과 우려 끝에 2012년 3월 발효된 한미 FTA의 효과도 이런 기대를 부추긴다. 한미 FTA 발효 2주년이었던 올 3월 산업부는 FTA 이후 대미 교역규모가 이전 2년보다 4.1% 증가했고, 가공식품 과일 채소 축산물 임산물 등 전체 농식품 수출이 21.4%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초강대국과의 FTA 경험이 쌓였지만 중국은 미국과는 차원이 다른 상대라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FTA 이전에도 평균 관세율이 2% 정도로 그다지 높지 않았다. 반면 중국은 평균 관세율이 9.6%이고, 비농산물 관세율도 우리(6.8%)보다 높은 8.7%다. 미국에 비해 빗장을 열어젖히기가 훨씬 까다롭다는 의미다.

특히 우리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농산물의 경우 미국과 중국의 성격은 천양지차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쌀을 제외하면 우리가 먹는 것과 크게 겹치지 않지만 중국은 거의 같은 종류의 농산물을 엄청난 노동력을 바탕으로 싸게 생산한다. 지금도 참깨 등 일부 밭작물들은 관세가 수백퍼센트에 달해도 국내 수입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FTA로 농산물 관세가 낮아지면 가격 경쟁력에서 국내 농산물은 중국산을 상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은 그간 협상에서 집요하게 우리 농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농민단체들은 한중 FTA가 “우리 농업에 대한 사형집행이자 심각한 먹거리 재앙”이라고 우려한다. 최근 제주, 경북 등 전국적으로 시위가 잇따르며 한중 FTA 반대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민들은 FTA 협상 때마다 제조업 등 산업전반을 위해 희생해와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

통상전문가들은 반드시 공략해야 할 시장이라도 농산물은 지키는 방향으로 한중 FTA가 타결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제현정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 연구위원은 “농산물을 최대한 초민감품목군에 포함시키고, 관세 철폐를 지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불가피하게 풀어줘야 하는 품목들에 대해서는 농민들의 피해를 구제해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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