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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욱

입력
2014.10.2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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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또 욱하고 말았다. 간만에 온가족이 백화점에 갔다. 차에서 내리는데 뒤에서 고성이 들려왔다. 무슨 소린가 하고 뒤돌아보니 한 여자분이 차 안에서 씩씩거리고 있었다. 형이 내릴 때 차문이 살짝 닿았던 모양이다. 딱 봐도 구입한 지 얼마 안 되는 고급 외제차였다. 다행히 차에 흠이 나지는 않았고, 차문이 옆 차에 닿는 것도 못 느꼈던 형은 별일 아니라 생각하고 고개를 숙여 미안함을 표시했다. 해프닝이 끝나나 싶었는데, 그 여자분이 차에서 내렸다. “아니, 그렇게 조심성이 없으니까 그 나이 처먹도록 저런 차나 몰지.” 여자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당차고 거침없어서 순간 얼어붙었다. 그 말을 들은 엄마가 욱하는 모습을 본 형이 중재에 나섰다. 그 바람에 내가 욱하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우리 가족이 싸잡아 모욕당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내 입에서 날카로운 말이 나갔고 순식간에 지하 주차장은 소란스러워졌다. 때마침 백화점이 개장해서 일이 더 커지지는 않았다. 쇼핑할 의욕이 사라진 우리는 곧바로 집에 돌아왔다. 그분도 기분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 자신이 몹시 미워졌다. 결정타 같은 한마디에 심신의 리듬이 무너지면 나도 모르게 욱하고 만다.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어찌할 수 없다. 욱해서 튀어나온 그 말 때문에, 그 말이 지하 주차장에 울려 퍼지던 그 순간 때문에 나는 한동안 괴로울 것이다. 이런 나 자신을 떠올리니 또다시 욱한다. 욱은 욱을 낳는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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