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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인천 호프집 화재를 기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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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인천 호프집 화재를 기억하십니까

입력
2014.10.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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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 등 57명 화마로 희생

학생 두고 도망간 주인·막힌 출구…

"세월호 같은 참사, 왜 되풀이 되나"

유족들 오늘 조촐한 추모제 열고

유골 뿌려진 팔미도 바다 찾기로

57명의 어린 목숨을 앗아간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 참사 15주기를 하루 앞둔 29일 희생자 추모석과 위령비가 세워진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뒤뜰에 추모제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환직기자
57명의 어린 목숨을 앗아간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 참사 15주기를 하루 앞둔 29일 희생자 추모석과 위령비가 세워진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뒤뜰에 추모제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환직기자

1999년 10월30일 인천 중구 인현동 3층 건물 지하에서 일어난 불이 번지면서 2층 라이브Ⅱ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고교생 등 57명이 숨지고 81명이 다쳤다. 그 해 6월30일 경기 화성시 씨랜드 청소년 수련의 집 화재로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등 23명이 숨진 지 넉 달만이었다.

수많은 어린 목숨을 앗아간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 참사가 30일로 15주기를 맞지만 추모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유족과 지역 민간단체만이 기억할 뿐 벌써 잊혀진 모습이다.

인현동 화재 참사는 학생들을 버려둔 채 혼자 도망간 주인과 출구가 막힌 호프집, 단속기관과 유착, 불법 영업 등 어른들의 부도덕성과 파렴치함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으로 세월호 침몰 참사와 판박이였다. 가을축제를 끝내고 갈 곳이 없었던 학생들은 스프링클러나 비상구 등 안전시설 하나 제대로 갖추지 건물에서 화마로 하나 둘 스러져 갔다. 이후 호프집 주인과 관련 공무원 등 32명이 사법 처리되고 안전규제가 강화되는 등의 후속조치가 뒤따랐지만 대형 참사는 계속 이어졌을 뿐이다.

참사가 발생한지 15년이 흘렀지만 생떼 같은 자식들을 화마에 잃은 부모들의 심정은 여전히 참담하기만 하다. 인현동 화재 참사 유족 모임의 총무로 활동했던 이금우(65)씨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참담하기 그지없었다”면서 “왜 매번 저런 사고가 되풀이되는지 부모로서 아프고 답답할 뿐이다”고 말했다.

인현동 화재 참사 유족들은 예년처럼 가족들끼리 모여 30일 오전 11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뒤뜰에서 조촐하게 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학생교육문화회관은 참사 후 청소년들에게 보금자리를 만들어주자는 취지에 따라 만들어진 곳으로, 뒤뜰에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석과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유족들은 추모제 후 희생자 대부분의 유골이 뿌려진 인천 팔미도 앞바다를 찾기로 했다. 이씨는 “건강 문제와 사정이 어려워 한동안 추모제만 했었다”며 “올해는 15주기이므로 배를 타고 애들 있는 곳에 한번 다녀 오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민간 문화단체인 홍예문문화연구소는 29일 오후 9시 학생교육문화회관 뒤뜰에서 인현동화재 참사 희생자 추모제를 열었다. 일부 유족들도 참석한 추모제에서는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과 추모 연주 등이 진행됐다.

장한섬 홍예문문화연구소 공동대표는 “우리 사회가 인현동 화재 참사를 기억하고 공적 자산으로 만들었다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올해 처음으로 추모제를 열게 됐다”며 “덮어둔다고 기억이 잊혀지는 게 아니며 가족들에게만 아픔을 떠넘기면 안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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