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의 잿빛 독성 스모그가 항공기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29일 장강상보(長江商報)에 따르면 지난 25일 일본 아사히카와(旭川)를 출발, 베이징으로 향하던 둥팡(東方)항공 MU750편은 당초 밤 11시55분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으나 하강 중 스모그가 너무 심해 포기하고 다시 고도를 높였다. 당시 베이징의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수치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508㎍/㎥까지 치솟았고 서우두공항의 가시거리는 100m도 안 됐다. 이에 따라 MU750편은 베이징 상공을 선회하다 결국 서우두공항에서 남쪽으로 400여㎞ 떨어진 허베이(河北)성 지난(濟南)공항으로 향했다. 그러나 지난공항 관제실은 연료가 소모된 비상 상황이 아니면 착륙을 허락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MU750편은 지난공항에서 다시 동쪽으로 300여㎞ 떨어진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공항으로 기수를 돌렸다. 그러나 칭다오공항 관제실도 베이징 관할 비행 구역에서 연료를 소모한 뒤에야 칭다오 관할 구역으로 들어올 수 있다며 거절했다. 이에 MU750편은 베이징 관할 비행 구역을 선회하며 연료를 다 쓴 뒤 칭다오공항으로 가 착륙했다. 당시 MU750편엔 200명 가까운 승객이 타고 있었다.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를 출발, 베이징으로 향하던 러시아항공 SU200편도 스모그로 인해 서우두공항에 착륙하지 못한 채 공중에서 1시간33분 동안 선회해야 했다.
민항자원망(民航資源網)은 소식통을 인용, 25일 스모그로 인해 베이징에 착륙하지 못한 비행기가 300대도 넘는다고 전했다. 이들 항공편은 모두 주변 공항으로 가 착륙해야 했고, 일부 비행기는 베이징에서 남동쪽으로 무려 1,200㎞나 떨어진 상하이(上海) 푸둥(浦東)공항까지 날아가야 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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