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의 대결로 묘사된 넥센과 LG의 플레이오프가 예상 외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규시즌 내내 뜨거웠던 넥센의 방망이가 차갑게 식어버린 이유에서다. 넥센은 1,2차전 모두 상대 선발 공략에 실패했다. 200안타의 주인공 서건창, 50홈런 고지에 올라선 박병호, 유격수 최초로 40홈런ㆍ100타점에 성공한 강정호가 동반 침묵했다.
서건창은 1차전 3타수 무안타에 이어 2차전에서도 1안타를 때리는 데 그쳤다. 앞선 3타석까지 무안타에 허덕인 뒤 마지막 타석에서야 1타점짜리 적시타가 나왔다. 박병호는 기대했던 홈런 없이 1,2차전 합계 7타수 1안타다. 강정호도 1차전에서 4타수 2안타를 때려 기대를 품게 했지만 2차전에선 신정락의 공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8타수 1안타 타율 1할2푼5리로 약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시리즈에 앞서 “중심 타자들이 정규시즌 때처럼 해주면 크게 걱정할 일이 없다”고 했다. 매 이닝 대량 득점이 가능하고, 3점 차 이내로 뒤지고 있더라도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2차전 뒤 염 감독은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안 받게 끔 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분위기를 바꿔주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주축 선수들의 침묵으로 팀 전체 분위기가 다운됐다는 의미다.
넥센은 정규시즌 팀 홈런이 199개로 압도적인 1위였다. 팀 타율(0.298)은 삼성(0.301)에 이은 2위였지만 상대 투수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삼성 보다 넥센이 더 컸다. 그런데 오히려 이번 시리즈 들어 LG 투수들이 넥센 타선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모양새다. 특별히 피해간다는 인상도 없다. 1차전에서도 넥센에 승리를 안긴 선수는 서건창, 박병호, 강정호도 아닌 대타 윤석민이었다.
지난해 경험을 토대로 올 가을야구에서는 일 한 번 내겠다는 염경엽 감독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과연 정규시즌에서 경기당 평균 6.57점을 뽑아낸 넥센의 화력은 언제쯤 깨어날 수 있을까.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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