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밑이 불안하다. 요즘 같은 때에 환풍구 주변은 얼씬 않는 게 상책이다. 길을 걷다 나도 모르게 바닥을 향하는 시선. 평소 눈에 잘 띄지 않던 철제 뚜껑이 문득 스친다. 자세히 살펴보니 거리 이곳 저곳에 뚜껑이 넘쳐난다. 문득 맨홀 뚜껑이 궁금해졌다.
Q 1 도대체 맨홀 뚜껑은 몇개나 있을까? 명동 일대만 654개... 전국 150만개 추정
전국에 맨홀 뚜껑이 몇 개나 있을까?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업계는 대략 150만개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보다 체감 가능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서울 명동 일대를 걸으며 눈에 보이는 뚜껑을 일일이 촬영해 보았다. 사진마다 등록된 GPS좌표를 웹 지도에 적용해 보니 총 길이 2.65km 구간에 654개나 지점이 표시됐다. 약 4미터 당 한 개씩, 성인 기준 대여섯 걸음마다 하나 꼴로 뚜껑이 덮여 있는 셈이다.
Q 2 궁금한 뚜껑 열어도 될까? 열리면 센서 작동해 5분내 출동
그 많은 뚜껑 밑에는 도대체 뭐가 있을까? 궁금하다고 해서 아무 뚜껑이나 열었다가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상·하수도의 경우 5천만 원 이하 또는 5년 이하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전기 통신 등 공동구 뚜껑이 열리면 센서가 작동하고 경찰 또는 군부대가 5분 내에 출동하게 되어 있다”고 서울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어쨌든 뚜껑 아래로는 깊은 맨홀이 지하세계까지 연결된다. 상, 하수도를 비롯해 복잡하게 뻗은 전선이나 각종 통신 케이블이 땅 속에서 얽히고 설켜 있다.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맨홀은 이런 설비들이 이어지거나 나뉘는 중요한 거점에 설치된다. 크고 작은 교차로에 뚜껑이 유독 많은 까닭은 지하에 난 여러 갈래의 길들이 땅 위와 마찬가지로 서로 엇갈리며 지나기 때문이다.
Q 3 뚜껑 관리는 누가? 자치단체, 전기 통신 사업자... 다양
뚜껑 관리는 누가 할까? 종류만큼 관리 주체도 다양하다. 상하수도는 자치단체, 전기는 한전, 가스는 지역 도시가스사업자, 통신구는 해당 통신사업자가 관리한다. 자치단체나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통합관리시스템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서울시가 맨홀 뚜껑 개수 파악에 나선지 한 달이 지나도록 결과물을 못 내고 있는 현실에서 그 복잡한 속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맨홀의 용도가 다양하다 보니 뚜껑의 모양이나 크기, 무게도 천차만별이다. 같은 용도의 맨홀이라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지기도 한다.
Q 4 혹시 뚜껑이 사고를 부를까? 마모된 뚜껑, 빗길 이륜차엔 '지뢰'
훼손되고 노후 된 뚜껑은 사고를 부를 수 있다. 서울 도심에서 3, 40년 이상 된 맨홀 뚜껑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아무리 오래됐더라도 관리상태만 양호하다면 굳이 교체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다. 특히, 미끄럼틀처럼 매끄럽게 닳아빠진 맨홀 뚜껑은 빗길을 달리는 이륜차 운전자들에게 지뢰나 다름없다. 지반이 침하하면서 도로면 위로 솟거나 반대로 내려 앉은 맨홀 뚜껑에 부딪혀 차량이 파손되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주위에 황색 선으로 위치를 표시하도록 돼 있는 지하 소화전 뚜껑은 황색 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지워진 채 방치되기도 한다.
Q 5 뚜껑 위를 점령한 시설물도 많은데... "종류 많고 다양해 완벽한 감독 불가능"
뚜껑 위를 점령한 시설물. 번화가의 영세점포의 경우 비좁은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맨홀 뚜껑 위로 계단, 진열장 등을 설치하거나 심지어 경계석을 세우는 일도 있다. 뚜껑을 깔고 앉아 버젓이 노점 부스가 들어서는가 하면 열어본 지 너무 오래돼서 틈새에 낀 이물질이 화석처럼 굳어버린 뚜껑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와 관할 구청에서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으나 워낙 종류가 많고 다양하다 보니 완벽하게 지도 감독할 수 없는 형편이다”고 말했다.
사진부 기획팀=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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