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MㆍGE 등 대기업 부스만 북적
"영어 공포증 극복 열심히 도울 것, 한국 기업과 연봉 격차 갈수록 줄어"
설득에도 지원자 없어 구인난
“영어 공포증은 없앨 수 있게 열심히 도울 겁니다. 첫 연봉은 한국 대기업보다 낮아도 그 격차는 갈수록 줄어듭니다. 눈 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좋은 외국계 기업들이 많은데 한국 젊은이들이 눈길을 안 주네요.”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외국인투자기업 채용 박람회’에서 만난 많은 외국계 기업 관계자들은 한국에서 사람 뽑기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행사장은 입구부터 인산인해였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3M, 제너럴일렉트릭(GE), H&M, DHL 등 유명 글로벌 회사 부스들만 길게 줄을 서 있을 뿐 나머지 상당수 부스는 한산했다.
부산 강서구 외국기업투자단지 내에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를 둔 독일계 펌프 전문 회사인 윌로펌프 관계자는 “기계를 다루는 회사라 이공계 출신이 절실한데 국내 대기업들이 높은 연봉으로 끌어가다 보니 외국계 기업까지 기회가 많이 오지 않는다”며 “우리는 대표부터 모든 직원이 한국 사람이라 영어 스트레스가 크지 않은데도, 외국계 기업에 가면 영어를 잘 해야 한다는 선입견 때문에 선택을 망설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어렵게 뽑아서 키워놓으면 국내 대기업들이 스카우트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특히 지방에 있는 경우 수도권 대학 출신은 물론 인근 지방대 출신들도 외면한다”고 답답해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계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인도, 필리핀, 파키스탄 출신의 유학생을 뽑고 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계측기기 분야 세계 2위 회사 한국엔드레스하우저는 2년 전 필리핀 유명 대학 이공계 출신 2명을 뽑았고, 이 중 1명은 회사를 그만뒀다. 최진영 이사는 “한국에서 영업을 하려면 한국의 조직 문화나 한자 등에 익숙한 한국 출신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지만 사람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며 “한국 정부는 외국 기업을 열심히 유치하면서 국내 인력 채용을 적극 돕겠다 하지만 한국의 청년들은 몇몇 유명 기업 빼고는 지원을 주저하는 상황이 계속돼 향후 외국 기업 유치에도 큰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다. 행사를 주관한 코트라(KOTRA) 관계자는 “많은 외국계 기업들이 괜찮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지만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방 구직자들이 좀 더 많은 외국계 회사를 접할 수 있게 올해 처음 전남대 경상대 강원대 등 10여 개 지방 대학에 버스를 보내 학생들을 실어 왔다”고 설명했다.
대전에서 온 배모(27)씨는 “국내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크게 줄여 외국계 기업을 알아보려 해도 지방은 정보가 많지 않아 쉽지 않다”며 “외국계기업 박람회를 자주 열어서 관련 정보를 접할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박나연 인턴기자(경희대 호텔관광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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