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3분기 영업익 1년새 85%, 에쓰오일도 396억 영업손실
美,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원료비 낮아져 가격 경쟁력
국내 정유회사와 석유화학업체들은 장기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 업체들은 최근 수년 동안 호황을 누리고 있다. 셰일가스 대량 생산으로 미국 내 유가가 하락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 최대 정유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28일 매출 16조6,084억원에 영업이익 488억원을 올렸다는 내용의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이 2분기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4.6%나 줄어들었다. 특히 정유사업 부문에서는 영업손실 2,261억원에 달해 갈수록 적자폭이 늘고 있다. 에쓰오일도 3분기 39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2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인한 경쟁격화 및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이 실적부진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전세계 정유업계가 신음하고 있음에도 유독 미국 업체들은 견고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품질과 설비의 영향보다는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값싼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 받고 있기 때문이다. 셰일가스 및 셰일오일 생산 확대로 에너지공급이 넘치면서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8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된 석유와 가스를 해외로 수출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물량은 대부분 미국 내에서 소비된다. 이 덕에 높은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주요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체들은 낡은 공장까지 풀 가동하고 있으며 수출과 설비투자를 큰 폭으로 늘리고 있다.
미국 최대 정유회사인 발레로는 한때는 실적 부진으로 매각설까지 나왔지만 값싼 셰일오일과 원가가 싼 텍사스산 석유를 정제해 이득을 챙기고 있다. 원가경쟁력을 무기로 석유제품 수출도 크게 늘려 지난해에는 6조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미국의 정유제품 수출은 최근 3년 동안 2배 가까이 늘었다. 남미와 유럽 등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미국 제품 때문에 일부 현지업체는 문을 닫고 있으며, 가뜩이나 중국이나 중동발 공급과잉으로 고전하는 우리나라 업체들에게도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정유업계의 정유부문 영업이익률은 0.2% 수준이지만, 미국 정유사들은 3.3%를 기록했다.
미국에 기반을 둔 다국적 업체 라이온델바젤의 북미 석유화학사업부 영업이익률도 2011년 12.5%에서 최근에는 가스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20%를 넘나들고 있다. 이 회사도 한때 파산 위기까지 몰리며 휘청거렸지만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각광 받는 회사로 떠올랐다. 반면 국내 대형업체의 영업이익률은 몇 년째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업체의 경우 원유를 재료로 쓰고 있지만, 미국업체는 원료 값이 원유의 4분의1 수준인 가스를 쓰고 있는 것이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수출 증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지투자를 통한 값싼 원재료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미국 석유 생산광구를 인수해 적지 않은 이득을 보고 있으며, SK E&S도 미국 셰일가스전 지분 49.9%를 3억6,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값싼 원료를 바탕으로 미국 정유사들이 전세계 이익을 모두 거둬가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이 가스와 원유 재고 부담으로 본격적인 수출에 나설 경우 미국 내 원재료 가격은 오르고 국제 가격은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국내업체들의 경쟁력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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